요즘 국내증시에 갑자기 외국 증권사의 반도체 경기논쟁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8일 주가가 급락한 날 모 외국증권사의 반도체 분석보고서
내용이 전해지면서 부터이다.

결국 주가 급락을 그 보고서의 충격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제기되었으며
이런 반응을 보고 일부 언론에서는 국내증시의 사대주의라고 질타하는
모습도 보였다.

급기야는 국내 반도체업계의 경영자들이 나서서 이를 해명하는 민감한
반응으로까지 사태는 번져갔다.

그러나 전후를 돌아보면 다소 지나친 반응이라는 생각을 떨칠수 없다.

투자분석을 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도 마찬가지지만 증권업계의 분석가들은
언제나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본분이다.

새로운 문제를 시장에 던져주는 직업이지만 정작 자신의 예측이 맞아
떨어지면 그때는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다시 새로운 문제를 찾아 나선다.

왜냐하면 전망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하나는 그날 주가하락을 누가 그 보고서 때문이라고 감히 장담할수
있는가.

그날 주가급락은 가장 간명한 주가 예측수단인 기술적으로 볼때 거래추이나
상승기간이나 주가수준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했다고 볼수 있다.

증시는 인생의 사랑방이다.

누구도 말할수 있고 무슨 말도 할수 있다.

그 주제가 꼭 경제가 아니어도 좋다.

다만 꼭 알아야 할 것은 어떤 주제든 한사람이라도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부터 관련주가의 기반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반도체 논쟁은 그동안 한번도 제기되지 않은 비관론을 제기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제 반도체및 관련주가는 아마도 자주 여러가지 이유로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반도체 경기의 비관론도 훨씬 자주 눈에 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전체 장세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주역이 나타날 때까지는.

< 아태경제연구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