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철 < 동서증권 부사장 >

올 한해 증시는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굵직한 변수들이 산재해 있어 주가의
기복이 심할 전망이다.

경기에 관한 문제가 그렇고 기관투자가의 매수강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외에도 주식공급에 대한 우려도 대두된 상태이고 개방폭확대, 주가지수
선물거래, 부동산실명제및 금융자산 종합과세등 증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제도변화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선 경기에 관해서는 전년보다는 낮지만 7%선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고 성장기업 역시 매출 15%,순익 30%의 견조한 실적 신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주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만큼 증시에서는 3년째
이어지는 경기활황으로 점차 고금리및 통화관리 강화등 주가상승에 적신호가
출현하고 있고 경기자체도 금년중 단기정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는등 이른바 역금융장세 전개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안정성장을 통한 호황국면의 장기화 전략이 당장 통화관리강화에 의한
주가약세로 나타나는 연초 증시의 저변에는 이같은 금년 한해 경기와 관련한
시세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지난해 급진전된 기관화 현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93년 실명제이후 급증한 개인자금이 금융기관으로 유입된데다
각 금융기관 역시 영업이익 보전을 위한 적극적인 유가증권운용에 나선 결과
증시에서의 기관순매수가 급속도로 진전되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이같은 개인자금의 금융기관유입이 점차 둔화될
전망인데다 통화관리강화의 영향이 기관투자가의 주식운용에 커다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상반기중에는 기관의 절대적인 매수우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교체매매를 통한 포트폴리오의 재정비가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한편 증시공급물량 또한 그 자체만으로 주가에 커다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통시장활황을 전제로 한 10조원에 이르는 증자 공개 물량외에 공기업
민영화, 증안기금매각, 전환사채의 주식전환등을 감안한 공급물량에는 대략
17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통화관리강화속의 기관자금압박, 개인자금유입둔화, 해외고금리하의
외국인투자부진을 고려해 보면 수요충당에 애로가 느껴진다.

공급물량에 대한 정책조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과연 전체적인 장세분위기가 이렇게 우울하게만 보이는 것일까.

처음으로 돌아가서 주가늠 리래를 선반영한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현재의 통화관리는 성장장기화전략의 일부이며 내수및 물가관리를 위한
사전적 정책의 성격이 큰 만큼 동전략이 주효할 경우 성장률은 지난해보다는
둔화되겠으나 96년이후까지의 견조한 상승추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통화관리와 관련 첨언하자면 현재의 통화관리강화 정책은 직접통제가능한
총통화(M2)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제도권 밖의 사금융화된 자금의
흐름을 조속히 제도금융권내로 흡수하는 정책이 병행된다면 보다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튼 외부적으로도 유럽경기의 회복및 금년 중반부터로 예상되는 미국의
고금리 둔화는 이같은 성장전략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
된다.

경우에 따라선 수출이 10%대를 유지하며 성장견인역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고 내구성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민간소비및 건설부문의 호조도 예상되어
경기가 연초의 예상보다 훨씬 견실한 모양새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중화학부문에서 그간 집행된 설비투자의 결실이 기업수익의 중가
단계로 이어지는등 경기는 단기조정을 실감키 어려운 호황의 연장선상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볼때 증시는 통화관리강화와 기관별 포트폴리오가 정비되는 상반기
가 고비가 될 전망이며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경기와 기업실적에 대한
신뢰가 주가에 반영될수 있을 것이다.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부동산실명제, 외국인투자한도 확대, 금융
자산종합과세등 제도변화도 증시의 회복속도를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