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5일 자본거래 자유화의 청사진을 담은 외환제도개혁안이 발표됐다.

기존에 방향이 잡혀있던 내용들에서 좀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한
것들로 오는 99년까지 상당한 수준의 자본자유화를 마무리짓도록
돼있다.

자본자유화의지를 확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러나 일부 자유화의 폭과 대상이 불명확하고 일정이 상세하지 못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구체적인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증권사에 대한 환전업무허용범위가 불투명한 점과 해외증권투자등과
관련한 절차도 추가로 정비돼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쨌든 자본자유화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향후 국내의 주식및
채권시장이 국제증권시장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전망이다.

또 해외증시에서 국내기업들의 자금조달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기관이나 개인들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해외
투자의 경우도 자유화폭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국내증시상황이 변할
경우 활발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오는 95년도중에 외국인주식투자한도를 종목당
15%로 확대하고 96~97년도에 한도를 추가확대하도록 돼있다.

그후에는 일부 제한업종을 제외하고는 한도를 폐지하는 방안과 한도를
추가확대하는 방안,경제여건에 따라 업종구분없이 한도를 완전 폐지하는
방안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박재윤재무부장관은 7일 96~97년도에 한도를 25%로 늘리고 98년이후에는
경제여건등을 감안,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국내증시전반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되겠지만
그보다는 개별종목별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고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80년대중반이후 주식시장을 개방한 개발도상국가들의
주가추이를 검토,주식시장개방폭의 확대가 상승국면에서는 주가상승을
가속화시키고 하락시에는 장세위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럭키증권은 일본이 한도를 완전히 철폐한 이후 전체 지분율이 소폭
상승하다가 정체된 예를 들어 전체 외국인지분율은 15~20%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도가 없어지면 외국인들이 그동안 재매수기회가 없을 것으로
예상해 팔지못하던 종목들도 과감하게 이익실현매물로 출회,회전율자체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외국인이 선호하는 우량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들간 외국인
지분율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선호종목군의 탄력과 회전율이 높아질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95년도에 국내투신사 수익증권과 컨트리펀드를 통해 외국인
들이 채권에 간접투자할수 있도록 하고 96~97년에는 중소기업이 발행한
무보증장기채,98~99년에는 무보증장기채까지 제한적으로 투자대상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연간한도등 제한조건을 붙여놓아 초기에는 국내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이
적도록 했다.

투신사 채권펀드는 국내금리와 국제금리와의 차이가 크고 원화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많지 않아 외국인들이 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급격한 외화유출입을 방지하기 위해 연간한도를 정할 계획인데 허용
규모가 커질수록 국내금리하락요인으로 작용,그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

96~97년에 중소기업발행 무보증장기채에 대한 투자가 허용되면 이를
발행할수 있는 우량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겠지만
중소기업들의 발행규모가 적은 관계로 외국기관투자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 7월부터 외국인들에게 중소기업발행 무보증전환사채의 매입을
허용했으나 종목당 한도등으로 인해 9일현재 35개종목중 7개종목
3백63억원어치를 매입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연간한도내에서 해외증권발행을 허용해 왔으나 96~97년에는
주식연계증권에 대해,98~99년에는 모든 해외증권에 대해 심사부신고
만으로 자유롭게 발행하도록 함으로써 대기업들이 해외저리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크게 넓어지게 된다.

증권전문가들은 해외증권발행자유화와 발맞추어 국내증권발행에 대한
제한도 점차 축소해야된다고 지적한다.

국내증권발행에 대한 규제가 계속될 경우 심하면 국내증권발행시장이
공동화돼 일본처럼 국내기업과 국내투자자들이 해외에서 발행절차만을
밟는 경우도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증권발행자유화도 점차 확대할 계획이나 당분간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채권의 경우 국내금리수준이 높아 불리하고 또 한국에서 홍보효과를
얻기위해 주식을 발행할 만한 외국기업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일본만해도 해외기업주식의 상장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는 모든 기관투자가의 해외증권투자가 자유화되고 일반투자가중
개인은 5억원 일반법인은 10억원으로 해외상장증권 투자한도가 확대된다.

96~97년에는 일반투자가의 해외증권투자도 전면 자유화된다.

국내기관들은 그동안 해외증시투자에 소극적이었으나 한국증시침체시에
대체투자수단개발과 자본시장국제화에의 대비를 위해 해외증권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해외증권투자잔액은 93년3월말 1억7천7백만달러에서 올
3월에는 4억4천1백만달러로,9월말에는 7억1천1백만달러로 급증하고 있다.

3대투신사의 해외투자펀드도 4천7백12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동남아증시등에서 해외투자경험을 쌓는 단계로 아직 투자
규모가 많은 편은 아니나 국내증시침체등의 계기가 생기면 해외증권투자
가 급속히 늘어날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이경우 개인거액투자자들의 해외투자도 현재보다는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