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마인' 한지용 역 배우 이현욱
섬뜩한 연기, '마인' 긴장감 고조시켜

"오랜 기다림, 더 열심히 해야"
배우 이현욱/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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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연기요? 집에 오면 '현타'(현실자각 타임)가 와요. 세트장에 있는 소품들도 진짜 비싸서 만지는 것도 조심스러웠거든요. 골판지로 만든 장식품도 5000만 원이었어요.(웃음) 이불도 최고급 구스라고 하고, 그러다 집에 오면 간극이 크니까요. 수트를 입는 것도 어색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보였나요?"

tvN '마인' 한지용은 충격적인 캐릭터였다. 재벌가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지만 '첩의 자식'이라는 꼬리표, 어머니의 학대로 괴물이 됐다. 겉으로는 '사랑꾼'이고, '아들바보'였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것에도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이현욱은 한지용의 섬뜩함을 오롯이 표현하며 '마인'의 중심에 섰다. '편견'에 맞서는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마인'에서 한지용은 청일점으로 극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빌런으로 활약했다.
배우 이현욱/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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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OCN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오싹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유기혁 역을 시작으로 OCN '써치',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까지 연이어 주연으로 발탁된 이현욱은 연극과 영화의 단역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연기를 해왔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이에요. 배우가 되고 싶어서 한예종에 입학했고, 계속 연기를 했어요. 힘들었어요. 그런데 죽을힘을 다해서 열심히 한 기억이 없어서 포기하는 것도 부끄럽더라고요. 무엇보다 연기가 좋았어요. 연극을 하면서 그런 걸 느꼈고, 무섭고 두렵지만 재미를 찾으며 버텼어요."

오랜 기다림에도 꾸준히 내공을 다지면서 유쾌한 매력을 잃지 않았던 이현욱은 악랄한 한지용과 다른 반전 SNS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SNS로 팬이라고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없냐"고 묻자, 이현욱은 "그런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는데, 들어가보면 BTS(방탄소년단) 사진이 있고 그렇다"면서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소소하게 올렸던 것들인데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다"면서 특유의 유머 감각을 뽐냈다.
배우 이현욱/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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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용, 싫어하는 성격 모두 넣었죠."

전작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마요'에 이어 '마인'에서도 여자의 마음을 우습게 여기는 나쁜 남자를 연기했다. 특히 한지용은 자신의 아들을 낳은 친모 강자경(옥자연)를 현재의 아내 서희수(이보영) 몰래 튜터로 데려온 인물. 뿐만 아니라 정서현(김서형)의 동성애를 알고 압박하면서도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로 주변인들을 속이면서 분노를 자아냈다.

"실제 성격과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한지용은 저도 정말 싫어하는 스타일이에요. 지용이를 할 때 제가 싫어하는 인간상을 다 넣었어요. 누군가 나를 쳐다볼 때 기분 나쁜 눈빛 같은 것들이요. 제가 싫어하면 다른 사람들도 싫어할 거라 생각했죠."

촬영을 하면서 부상도 당했다. 극 중 취미로 승마를 즐기는 지용을 연기하기 위해 말을 탔다가 떨어진 것. 이현욱은 "말이 요동을 쳐서 튕겨 올랐는데, 바닥이 모래사장이라 크게 다치진 않았다"면서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흑화된 지용은 결국 목숨을 잃는 것으로 퇴장한다. 마지막까지 광기를 폭발했던 지용을 강렬하게 연기한 이현욱은 "이미 지용이를 모두 잊었다"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의 신부'에 캐스팅됐기 때문.
배우 이현욱/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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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의 신부'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재혼시장에서 욕망의 빅딜을 다루는 작품. 배우 김희선, 차지연이 출연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던 가운데 이현욱은 남자주인공으로 활약을 예고했다.

이번에도 슈퍼카를 타는 재벌 설정인데, 이현욱은 "귀티 나 보이는 외모 덕을 보는 것 같다"는 칭찬에 부끄러워하면서 "옛날엔 정말 너무 힘들었다"면서 "30대가 됐을 때도 부끄럽게 용돈을 보내 달라고 했던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작품을 계속 하게 되면서 엄청나진 않지만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신세 졌던 사람들에게 돈 생각하지 않고 밥을 살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일이 잘 풀리면서 좋은 점은 이거 같아요. 내 꿈을 좇자고, 이기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더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어요. 인지도가 올라간 것 보다 그 사람들에게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게 지금 가장 좋은 점이에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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