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 '그대 이름은 장미'

주연 맡은 유호정
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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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호정(사진)이 ‘그대 이름은 장미’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영화 ‘써니’ 이후 8년 만이다. ‘써니’가 중년 여성의 소녀 시절과 그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를 추억하는 이야기라면, ‘그대 이름은 장미’는 억척 싱글맘에게도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싱글맘 홍장미 역을 맡은 유호정은 “영화를 보면서 흐뭇했고, 울컥했고, 키득키득 웃음도 났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소재보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유괴당한 딸, 성폭행당한 딸을 둔 엄마 같은 강한 역할이 많이 들어왔는데 그런 역할은 연기하면서도 너무 아프거든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나 봅니다. 이 영화라면 엄마 얘기를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 싶었죠.”

영화는 홍장미의 20대부터 현재까지의 곡절 많은 삶을 따라간다. 1970년대, 장미는 낮엔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고 밤에는 노래 연습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운다. 데뷔할 기회를 얻지만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뒤 꿈 대신 아이를 택한다. 유호정은 “나와 여동생을 홀로 키운 엄마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며 15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보통은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연기하는데 이번에는 ‘우리 엄마라면 어땠을까’라며 캐릭터에 접근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보다 엄마의 젊은 시절을, 그리고 치열한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들을 생각했어요. 가슴이 아팠죠. ‘그대 이름은 장미’는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예요.”

극 중 홍수가 나자 장미와 딸 현아가 사는 반지하방에 빗물이 들어찬다. 장미는 딸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놓고 혼자서 엉망이 된 방을 정리한다. 유호정은 “중학생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저희 집 옆에 5층짜리 아파트가 있었어요. 엄마는 저와 동생을 거기 피신시켜 두고 가재도구를 옥상으로 옮기곤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내셨죠. 엄마가 물에 떠내려갈 것 같아 두렵고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을 텐데, 어떻게든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셨겠죠?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유호정은 열여덟 살 아들과 열다섯 살 딸을 둔 워킹맘이기에 극 중 장미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했다. 그는 “남편(이재룡)과 서로 번갈아가며 일한 덕분에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었다”며 남편에게 고마워했다. 또 “이재룡 씨는 옆에서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주는 사람”이라며 “동반자라는 게 이제는 뭔지 알겠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아이들에겐 어떤 엄마일까.

“딸에게 직접 물어보니 제가 친한 친구 같대요. 친한 친구에게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했더니 저한테는 다 말한다고 하더라고요. 호호. 괜히 뿌듯한 거 있죠?”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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