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2015년)는 마약 밀매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사실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마약과 살인, 불법 이민, 공권력의 폭력이 난무하는 실태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27일 개봉한 속편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감독 스테파노 솔리마·사진)는 불법과 폭력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평범한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실상을 고발한다.

美·멕시코 국경지대 '더러운 전쟁'
미국 텍사스주 대형마트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무고한 시민들이 잇따라 희생된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수송 통로인 불법 이민자 사이에 섞여 테러리스트들이 국경을 넘어온 것으로 파악한다. CIA는 마약 카르텔들이 서로 전쟁을 벌여 자연적으로 와해되도록 작전을 짠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책이 없고 ‘더러운 전쟁’을 벌여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책임자 맷(조슈 브롤린 분)은 현장 전문가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토로 분) 등과 함께 마약 카르텔 보스의 딸 이사벨라를 납치한 뒤 라이벌 조직이 저지른 것처럼 꾸민다. 그러나 일이 꼬이면서 요원들이 죽고, 살아남은 알레한드로와 이사벨라는 불법 이민자들과 섞여 미국으로 넘어오려고 시도한다.

제목은 ‘암살자: 군인의 날’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시카리오’는 스페인어로 암살자, ‘솔다도’는 군인을 뜻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불법적인 마약 밀매자와 테러리스트를 퇴치하려면 공권력도 똑같이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 중 주요 인물들, 심지어 여고생 이사벨라조차 모두 폭력을 사용한다.

국경의 길 안내자 역할을 맡은 학생도 미군을 쏴 죽이도록 카르텔 조직에 강요받는다. 폭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폭력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낸다.

이 영화는 불법 문제뿐 아니라 도덕 문제로 확대한다. 이사벨라가 알레한드로를 도덕적 딜레마에 빠뜨린 것. 알레한드로는 검사 시절 이사벨라의 아버지에게 딸과 아내를 잃었다.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건만, 군인으로서의 알레한드로는 이사벨라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영화는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알레한드로의 양심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