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도 봄이 완연하다.

한동안 주류를 이루던 어둡고 묵직하며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가 퇴장하고 대신 밝고 경쾌한 톤의 드라마들이 몰려오고 있다.

현재 오후 10시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TV '내조의 여왕'을 비롯, 29일 나란히 첫선을 보이는 KBS 2TV '그바보'와 SBS TV '시티홀'은 모두 로맨틱 코미디다.

또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 SBS TV '사랑은 아무나 하나', MBC TV '잘했군 잘했어' 등 최근 방송 3사가 잇따라 선보인 주말극 역시 전작과는 180도 다른 경쾌한 분위기로 브라운관을 환하게 만들고 있다.

◇동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잇따라
KBS 2TV '꽃보다 남자'가 현실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신데렐라 판타지로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인기를 누릴 때만 해도 '꽃보다 남자'는 브라운관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16일 시작한 '내조의 여왕'이 김남주의 코믹한 연기로 지난 6일 시청률 20%를 넘어섰고, 지난 11일 첫선을 보인 '솔약국집 아들들'도 유쾌한 분위기를 내세워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내조의 여왕'의 경우는 회사 내 암투라는 무거운 소재를 코믹 터치로 그리면서 그 가운데에 평범한 주부 천지애의 기죽지않는 건강함을 배치해 시청자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30대 시청자 손정민 씨는 "천지애의 모습를 보고나면 비타민 C를 먹은 느낌이 든다.

'내조의 여왕'은 피로회복제 같은 드라마"라고 말했다.

여기에 29일부터는 황정민-김아중을 내세운 '그바보'와 차승원-김선아를 내세운 '시티홀'이 격돌한다.

나란히 톱스타들을 캐스팅한 두 드라마는 공교롭게도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도 공통 분모를 이룬다.

두주 앞서 시작한 권상우-윤아 주연의 MBC TV '신데렐라맨' 역시 같은 빛깔의 드라마다.

◇복수는 지고 경쾌한 사랑이 뜨다
현재 주중 드라마 중 막장의 중심에 선 SBS TV '아내의 유혹'을 제외하고 시청률 20%를 넘어선 드라마는 '내조의 여왕'이 유일하다.

소지섭 주연의 SBS TV '카인과 아벨', 박용하 주연의 KBS 2TV '남자 이야기'도 있지만 이들은 화제성만큼 성적이 좋지는 않다.

특히 '남자 이야기'의 경우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지나치게 어두운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꽃보다 남자'가 열어젖힌 동화 같은 세계에 대한 시청자들의 욕구와 호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 반면 한동안 주류를 이뤘던 복수 코드는 사라지고 있다.

시청률 40%를 위협하던 '아내의 유혹'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것이 지나친 복수에 시청자들이 염증을 느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와중에 복수를 주제로 한 '남자 이야기'가 부진에 빠져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닌 듯 하다.

현재 방송 중인 '신데렐라맨'은 권상우가 동대문 상인과 재벌가 차남의 1인 2역을 펼치는 현대판 '왕자와 거지' 이야기다.

또 '그바보'는 톱여배우와 우체국 말단 직원이 6개월간 계약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시티홀'은 지방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대통령을 꿈꾸는 천재 공무원과 10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최연소 시장이 되는 여성의 로맨스를 그린다.

'솔약국집 아들들'과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각각 장가 못간 네 아들과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는 네 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경쾌한 톤을 유지하고 있고, 미혼모의 이야기를 그린 '잘했군 잘했어' 역시 씩씩하고 밝다.

◇여기저기 이어지는 사랑의 판타지
'내조의 여왕'이 흥미를 끄는 또다른 이유는 '줌마렐라' 판타지를 자극하기 때문. 평범한 천지애를 재벌 태준(윤상현 분)이 남몰래 지원사격하며 흠모하는 모습은 주부들의 마음을 달뜨게 한다.

또 '잘했군 잘했어'에서는 미혼모 강주에게 두 살 연하의 피트니스 클럽 사장 승현(엄기준 분)이 일편단심 큐피드의 화살을 날리고 있고 '그바보'는 톱여배우와 우체국 말단 직원의 사랑을, '시티홀'은 천재 공무원과 평범한 말단 공무원의 사랑을 그리며 역시 판타지 생산에 뛰어든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