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코미디 "투윅스노티스"(마크 로렌스 감독)는 남녀의 전통적인 성역할을 뒤집어 러브게임을 전개하는 영화다. 주인공 남성은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블러드엘리트"이며 상대 여성은 하버드법대를 졸업한 "파워엘리트"다. 남성역의 휴 그랜트는 빼어난 용모의 미남이지만 여성역의 샌드라 블록은 미모보다 수수한 용모와 솔직한 성격을 가진 스타다. 이 영화의 내용은 능력있는 남자가 대부호의 아름다운 딸을 차지하는 고전적 러브스토리와는 다르다. 휴 그랜트와 샌드라 블록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극대화함으로써 관객과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조지(휴 그랜트)는 뉴욕의 대형 부동산업체 웨이드사의 보스. 능력과는 상관없이 젊고 예쁜 여자를 무조건 고문변호사로 채용해 스캔들을 일으키고 금전적인 손실을 거듭해온터라 유능한 변호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루시(샌드라 블록)는 웨이드사가 구민회관을 허물고 콘도미니엄을 지으려고 하자 환경보존을 위해 공사장에 드러누워 시위하는 환경운동가다. 루시는 웨이드사와 담판을 짓기 위해 조지를 만난 자리에서 구민회관을 보존해주는 조건으로 고문변호사역을 제의받는다. 조지와 루시는 사계의 "권력"이다. 조지는 금권의 상징이며,루시는 행동하는 지성의 대변자다. 또 조지는 매력적인 용모와 세심한 배려로 여성들을 사로잡으며 루시는 완벽한 일처리로 인정받는다. 사실 이런 장점들은 전통적인 남녀 성역할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아름다운 용모,남성에게는 탁월한 능력이 요구돼 왔기 때문이다. 조지는 루시에 대해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신뢰감이 가고 재미있는 여자"로 느낀다. 남성이 여성의 미모에 한눈에 빠지는 관습에서 벗어나 있다. 루시가 코를 골거나 용변때 고생하는 장면 등도 여성의 미모에 대한 환상깨기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다. 루시가 "이념이 통했던" 남자친구와 결별한 장면은 사랑이 이성적인 것이 아님을 말한다. 사랑의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루시가 개인비서 같은 고문변호사직을 그만둔 뒤 환경운동가 본연의 길로 들어선 뒤 사랑이 이뤄진다는 설정도 전통적인 여성성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성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14일 개봉,전체관람가.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