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이 초대형 프로젝트 「태극기 휘날리며」(제작 강제규 필름)로 「쉬리」이후 4년만에 메가폰을 잡는다.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로 '팬터지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후 「쉬리」로 전국 597만 명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트리며 한국영화의 블록버스터화를 본격적으로 이끈 바 있는 그는 세 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를 통해 "유럽이나 남미, 중국, 할리우드 등의 본류 시장을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선례를 낳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두 형제의 운명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강감독의 복귀작이라는 것 외에도 130억 규모의 제작비, 장동건, 원빈, 이은주 등의 화려한 캐스팅과 홍경표 촬영감독, 정두홍 무술감독 등 최고의 스태프들의 참여 등으로 제작이 발표되기 전부터 화제를 낳고 있다. 「쉬리」 이후 자신이 경영을 맡았던 강제규 필름의 운영에만 전념하던 강제규 감독은 재작년 9월 차기작 제작을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작품 구상에만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극기…」는 오는 10일 크랭크인해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후 강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거대 제작비 영화 몇 편이 흥행에 실패한 후 다시 제작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다. 큰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많은데. ▲「성냥팔이 소녀」는 제작 진행 중에 제작비가 늘어난 것으로 안다. 「태극기…」의 경우 촬영에 앞서 제작비를 철저하게 계산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처음 산출한 제작비가 157억 원 정도였지만 27억 원 정도 줄인 것이다. 화면의 색감이나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 제작비 규모는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영화라고 들었다. ▲겨냥한 것이 아니고 거기에서 출발한다. 세계시장 진출은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실현시키고 싶던 꿈이었다. 「쉬리」를 가지고 세계를 돌아다녀 보니 어떤 점이부족한지 알 것 같더라.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시장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것을목표로 하고 있다. 「태극기…」가 비주얼이나 내러티브나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확신한다. --「태극기…」가 할리우드의 전쟁영화들과 차별되는 장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차이다. 같은 전쟁이라는 소재를 놓고도 다양한 이야기구조가 나올 수 있다. 재미, 감동, 로맨스, 형제애, 가족애 등 어떤 이야기이든지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흥행의 파이'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쟁 자체가 경쟁력은 아니다. 전쟁이라는 상황은 존재하지만 인물과 드라마로 승부하겠다. 같은 전쟁영화인데 왜 이 영화는 이렇게 격정적으로 다가오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겠다. --제목에 반공 이데올로기가 숨어있는 것 같다. ▲국방홍보영화 같다는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이 당혹스럽다. 영화를 통해 시대의 이념에 개인의 가치가 무시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싶다. 제목은 이에 대한 반어법이다. --130억의 제작비는 어떤 방법으로 조달할 계획인가. ▲프리프로덕션까지 소요된 40% 가량의 제작비는 벤처플러스와 일신창투를 통해조달했고 30%의 제작비를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받을 예정이다. 이 부분은 조만간 계약이 성사될 것이다. 나머지 30%는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많아서 2월말까지 전체 제작비가 세팅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 기술적인 부분에서 해외 엔지니어들을 작업에 참여시킬 생각인가. ▲우리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한국의 기술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길 생각이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술자 중 몇 명이 시나리오를 보고 참여하고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촬영장소가 합천, 경주, 인제, 양구, 순천, 아산, 전주 등 많은 편이다. 장소헌팅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당시 산들은 대부분 민둥산이었다. 배경에 맞는 촬영장을 찾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을 돌아다녔다. 산불이 났다는 지역을 1차 타깃으로삼았지만 원하는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