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청자에서 조선 백자로 넘어가는 중간에 위치한 분청사기의 투박하면서도 소탈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삼성문화재단이 3일부터 10월 28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개최하는 「분청사기 명품전Ⅱ」이 그것. 세계도자기엑스포에 맞춰 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조성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이번 행사는 '한국 미의 원형을 찾아서'를 부제로 특히 분청사기의 다양한 미학을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로 꾸며졌다. 고려시대 상감청자의 전통을 바탕으로 15-16세기 만개했던 분청사기는 청자.백자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멋을 담고 있으며 제작된 지역에 따른 지방색을 가진다는 점이 특징. 가령 분청사기의 대표적인 7가지 분장기법(粉粧技法) 가운데서도 인화(印畵.도장으로 찍은 무늬에 백토를 입히는 기법)는 경상도에서, 조화(造花.선으로 무늬를새기는 기법)와 박지(剝地.무늬 이외의 백토를 긁어내는 기법)는 전라도에서, 철화(鐵畵.철분이 함유된 안료로 무늬를 새기는 기법)는 충청도에서 각각 나타난다. 또 정형화의 틀을 벗어난 일탈과 파격의 미를 보이면서도 서민적인 소박함을 갖춘 점이 독특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보물 5점을 포함한 103점의 분청사기와 '분청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윤광조의 현대 분청 8점, 그리고 분청사기의 미감과 일맥상통하는장욱진,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의 회화 13점이다. 특히 현대 분청과 회화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조선시대 분청사기에서 연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한국 미의 원형을 더듬어 볼 수 있게 했다. 전시설명회는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에 마련되며(목요일에는 오후 6시에도) 어린이들이 직접 분청기법을 표현해보는 '어린이 아틀리에'(참가비는 학생 및동반부모 1인의 입장료 포함 1만원)도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 운영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