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세계적 명성의 베르디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한명원(22.한국예술종합학교 4년)씨가 첫 독창회를 갖는다.

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매년 개최하는 오페라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자신만을 위한 리사이틀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씨는 소리가 예쁘게 나오는 하이 바리톤.아직 어린 나이지만 표현력이 좋고 관객을 흡입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주변의 평가다.

베르디 콩쿠르 우승자란 뉴스만 전해들은 국내 관객들에게 그의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인 셈이다.

독창회는 다음달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대선배들이 즐비한 국내 음악계에서 자신은 아직 햇병아리라고 생각했을까.

피아니스트 박종경의 연주에 이어 2부순서로 독창회를 갖기로 했다.

"아직 배우는 학생신분이어서 콘서트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콘서트홀은 나에겐 꿈의 홀이나 다름없죠.기도하는 마음으로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이번 독창회가 국내에서는 가장 큰 무대이지만 해외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콩쿠르 우승자를 위해 마련된 "라 트라비아타"무대에 제르몽 역으로 나선 바 있다.

독창회 전인 10월1일 독일로 가서 연주회를 갖고 내년 1월에는 일본 5개 도시를 순회연주하는 일정도 잡혀있다.

사실 콩쿠르 우승이후 외국 공연에이전트들이 그를 앞다퉈 초청하려 했지만 "아직 공부할 때"라며 완곡히 거절했다고 한다.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해외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베르디 콩쿠르 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독일 노이에 스팀멘 국제성악콩쿠르 특별상,일본 시즈오카 콩쿠르 3위 입상(11월)에 이어 지난 1월에는 스페인 프란시스코 비냐스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때 비냐스 심사위원장은 그를 "레가토(악절을 유연하게 이어 부르는 테크닉)의 왕"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그의 베르디 콩쿠르 우승은 한국인의 콩쿠르 참가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값진 성과다.

실제로 유럽 각지의 유명 콩쿠르에는 자기나라 연주자보다 더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참가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연주자는 몇 곡만 달달 외워 우승의 영광을 독차지한다"는 비아냥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저도 이번 콩쿠르에 참가하기 전에 한국인은 우승 못하게 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2차예선 지정곡도 그때 가서야 알려줘 쉽지가 않았죠.이런 상황에서 우승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정말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씨는 내년 9월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대에 입학시험을 볼 계획이다.

다음에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만약 이 콩쿠르에서도 입상하면 스승인 최현수의 뒤를 그대로 따르는 셈."리틀 최현수"라는 별명이 신통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이번 독창회에서는 영미가곡 2곡,토스티의 "더이상 사랑하지 않으리"와 "슬픔"등 이탈리아 가곡 2곡,오페라 "안드레아 쉐니에"중 "조국의 적이라고"와 "돈 카를로"중 "나는 조국을 위해 죽는다"를 선사할 예정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