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한 점 하나.

가짜 칼로 찌르는데 피가 난다면 이상하지 않을까.

피튀기는 소품용 칼이었다 해도 칼이 살을 파고들면 느낌이 분명히 올텐데.

둘.무참히 난자당해 바닥을 흥건히 적실만큼 피를 흘린 아이가 어떻게 벌떡 일어나 깊은 구덩이에서 뛰어오른 다음 힘차게 달려갈 수 있는걸까.

셋.범인은 휴게소 TV에서 어떻게 시체를 찍은 필름을 방송할 수 있었을까.

넷.범인은 테이프를 어떻게 찾았을까.

아이들은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 왜 흩어질까.

그 사우나엔 오후 4시에 손님이 어쩌면 단 한사람도 없을까.

그리고 기타 등등. 공포영화 "찍히면 죽는다"(감독 김기훈.26일 개봉)는 시작부터 여러가지 의문점을 갖게 한다.

줄거리는 고교생들이 장난으로 스너프 필름 촬영 흉내를 내던중 실수로 진짜칼로 친구를 찔러 죽이고 1년후 그 멤버들이 하나씩 살해당한다는 이야기.하지만 전개과정에서의 껄끄러움은 "영화니까"로 넘기기에는 심한 편이다.

리얼리티의 구멍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관객은 극에 몰입해 공포감을 전이받는 대신 팔짱을 끼고 흠잡기에 들어간다.

"찍히면..."을 비롯한 올여름 충무로 공포물들은 대부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나 "스크림"같은 할리우드 호러물을 차용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창조적인 재생산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회문제인 왕따나 PC통신같은 최신 트렌드들도 낯선 공포를 창출하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국적인 공포장르에 대한 탐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