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선 보따리를 싸라 한다/물처럼 바람처럼 만행을 떠나라 한다/도반스님들과 함께 마음 공부하라 한다//외치는 마음을 억누르고/그림을 그리다 망쳐버렸다/밥을 먹다 체했다/잠을 자다 설쳤다"(마음의 소리 중)

산을 그리워하던 스님은 결국 도시를 떠났다.

출간 즉시 20여만 권이 팔린 산문집 "풍경"(이레).

출판사는 속편을 내자고 제의했으나 원성스님은 한마디로 거절했다.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서울 중앙승가대에서 4년.

졸업장을 받은 원성 스님은 더이상 미련이 없었다.

졸업식을 하기도 전에 바랑을 걸머졌다.

행선지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런 원성 스님이 오는 5월 1~3일 잠시 산을 내려온다.

"풍경"을 주제로한 뮤지컬 "그림으로 못다한 동자승의 노래"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공부해야할 스님이 그림 그리고 글쓰고 노래까지 하는데 걱정 어린 시선도 없지 않다.

공연은 이야기가 있는 합창 형식으로 꾸며진다.

조계종 수원 포교당 소년소녀합창단이 스님 글에 곡을 붙인 노래를 들려준다.

원성스님은 "떠나보자"를 독창한다.

동성고등학교시절 합창단을 지휘했기 때문에 노래실력이 수준급이라는 후문이다.

공연중 원성스님의 동자승그림이 무대 뒤로 떠오른다.

노영심씨와 도반 하유스님도 우정 출연한다.

"하유스님은 법고의 일인자다. 스님에 따르면 빠르고 경쾌한 리듬은 트로트와 차차차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군악대시절 드럼을 치며 실력을 닦은 것이다. 중생을 깨우치기 위해 혼을 담아 법고를 친다면 뽕짝이면 어떻고 디스코면 어떤가. 사물은 육도윤회하는 중생을 깨우침으로 인도하는 의미를 갖는다"(나의 도반 하유스님 중)

이번 무대는 수원포교당 지휘자인 유익상씨가 "풍경"을 읽고 원성 스님에게 공연을 제의함으로써 이뤄졌다.

제작비는 2천만원에 불과하다.

전출연진이 개런티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한 무대장치나 의상도 없다.

"나를 보고 기뻐하고/나를 그리며 희망을 가지고/나를 간직하고 착한일 하려는 사람을 위하여/나는 웃어야한다//나를 모르고/나를 잊은 이를 위해서라도/나는 웃어야한다"(나는중)

노래하는 동자승으로 되돌아오는 원성스님.

버렸으나 버린것이 아니고 떠났으나 떠난 것이 아니어서 일까.

"풍경"에서 이미 그는 빛과 어둠,맑음과 탁함이 아무 의미없다고 했다.

공연은 종로5가 연강홀.

(02)582-4131

윤승아 기자 a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