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쿠팡에서 ‘햇반’ 등 핵심 제품을 팔지 않고 있는 CJ제일제당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식품·소비재 기업들과 손잡고 네이버, 11번가 등 쿠팡의 경쟁 e커머스에서 공동 마케팅을 펼친다.

협업 대상엔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격을 올리라고 압박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LG생활건강도 포함됐다. 유통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반(反)쿠팡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CJ, 네이버 손잡고 '反쿠팡' 확대

CJ, 네이버에서 공동 마케팅

CJ제일제당은 7일부터 9일까지 네이버 ‘도착보장관’에서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한국P&G와 손잡고 인기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이번 행사는 CJ제일제당과 P&G의 첫 협업이다.

햇반 즉석밥과 ‘팸퍼스’ 기저귀, ‘비비고’ 만두와 질레트 면도기 등 두 회사의 간판 제품들을 묶어서 싼값에 선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브랜드가 직접 판매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를 통한 빠른 배송까지 가능해 소비자의 호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네이버 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지난 3월 입점했다. CJ제일제당이 2023년 적용 판매수수료(납품단가) 책정을 둘러싸고 작년 말 쿠팡과 ‘제판(제조·판매) 전쟁’을 시작한 이후 찾은 대안이었다.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는 온라인 주문 기록, 물류회사 재고 현황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에게 상품 도착일을 보장해주는 서비스다.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밤 12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배송해주는 ‘내일 도착 서비스’도 운영한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센터에서 재고를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상품을 발송하는 구조다.

CJ제일제당은 이 행사에 관해 “브랜드 간 상생 협력을 통해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이면에는 쿠팡의 빈자리를 다른 유통채널로 메우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게 대다수 유통기업의 시각이다. CJ제일제당은 LG생활건강, 코카콜라와 손잡고 지난달부터 11번가에서 ‘슈팅배송 연합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슈팅배송은 11번가가 운영하는 다음날 배송 서비스다. 11번가는 1등 식품·소비재 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이 서비스를 알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달 티몬, GS샵, SSG닷컴 등에서도 농심, 테팔 등과 비슷한 행사를 할 예정이다.

1등 브랜드와 손잡아

CJ제일제당과 손을 잡았거나, 협업을 예정한 기업들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곳이다. 쿠팡이 명실상부한 ‘e커머스 최강자’라고 하더라도 햇반, 코카콜라, 신라면 등에까지 치명상을 입히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그런 만큼 CJ제일제당이 이런 브랜드들을 점찍어 반쿠팡 연합을 본격적으로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을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2019년 공정위에 제소한 LG생활건강이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은 당시 “온라인 최저가 정책을 펼치는 쿠팡이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격을 올릴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성장세를 견제해야 하는 네이버, 11번가, GS샵 등과 협업을 강화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제조업체 고위 임원은 “CJ제일제당은 자신들이 보기에 합리적인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쿠팡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