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스테이크를?"…신세계가 고기 들고 조계사 간 까닭 [하수정의 티타임]
오는 27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신세계푸드가 서울의 대표 사찰인 조계사에 고기를 포함한 음식을 잔뜩 들고 찾아갔다. 육식을 피하는 스님들에게 전달한 고기는 다름 아닌 대체육. 동자승들을 위한 식탁에 올라가는 식재료다.

신세계푸드는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에서 진행되는 '보리수 새싹학교'에 참여한 동자승들에게 20여 종의 식물성 영양식단을 제공한다고 15일 밝혔다. 보리수 새싹학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가 6~7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단기출가 과정으로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4년 만에 재개됐다.

동자승에게 제공될 식단에는 신세계푸드가 콩, 해초류 등으로 자체 개발한 대안육 '베러미트'가 활용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 미트볼, 불고기를 베러미트로 만들어 제공하고 식물성 캔햄도 구워 식단에 올린다. 우유와 버터 등 동물성 지방을 빼고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빵도 메뉴에 들어간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식단을 준비하기 위해 박성희 사찰음식전문가와 손잡고 식물성 메뉴를 개발했다. 시중에서 먹는 음식과 같은 맛, 식감을 구현하되 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 화학보존제는 뺀 건강한 음식을 추구했다.

앞으로 신세계푸드는 사찰음식과 대체육, 식물성 식재료를 융합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채식주의 식단의 표본이자 전통 문화가 담겨있는 사찰음식이 대안식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동자승 식단을 시작으로 조계사를 비롯한 사찰과의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대안식품 연구개발 역량과 전문 셰프들의 건강 식단 개발 노하우를 접목해 만든 어린이 식물성 영양식단을 의미 있는 곳에 활용하게 됐다"며 "식물성 식재료를 활용하는 사찰음식의 철학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