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동통신 시장을 흔들고 있다. 사업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요금제까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을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알뜰폰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알뜰폰 시장에 속속 참여하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는 설명이다.

○계륵에서 핵심 사업으로

"은행 알뜰폰 침공 막자"…견제 나선 이통3사 [정지은의 산업노트]
6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최근 ‘알뜰폰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다. 알뜰폰 업체들의 영향력이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다. 국내 알뜰폰 사업자는 2021년 초 60여 개에서 현재 70여 개로 늘었다. 올해 말께엔 참여 사업자가 80개를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은행권의 참여로 빨라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금융위원회가 이달 말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정식 서비스로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알뜰폰 시장에 대한 은행권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금융업체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알뜰폰 시장을 노리고 있다. 각각 KT, 고고팩토리와 손잡고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은행권에선 알뜰폰을 이용하면 예금이나 대출금리 혜택을 주는 식의 사업 구상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 3사가 내놓은 해법은 알뜰폰 업체로 알뜰폰 업체를 견제하는 ‘이이제이’다. 업계 1위 SK텔레콤은 지난달 알뜰폰 전담 영업팀을 신설했다. 자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회사의 영업을 독려해 은행권 업체들의 시장 공략을 막겠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SK텔레콤의 무선통신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39.96%에 그쳤다. 이 회사의 점유율이 4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1년 전(41.09%)보다 회선 수도 77만7043개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알뜰폰 업체들의 점유율은 14.65%에서 17.14%로 껑충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 입장에선 같은 망을 더 저렴하게 임대해야 하는 알뜰폰 사업이 커지는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그렇다고 은행권 등에 주도권을 내줄 수는 없어 자사 망을 활용하는 업체들을 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더 저렴한 5G 요금제도 ‘만지작’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은 자사 망을 활용하는 알뜰폰 업체들의 요금제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알뜰폰은 비용이 저렴한 대신 요금제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에선 다음달부터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와 30GB 이상 5G(5세대) 데이터 구간에 대해 알뜰폰 도매가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분기에 3만~4만원대 30GB 이상 알뜰폰 5G 데이터 중간 요금제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기존 SK텔레콤 요금보다 40%가량 저렴한 수준까지 요금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 효과를 높일 목적으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과기정통부는 6월께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