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께 명동거리.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이현주 기자
3일 오후 2시께 명동거리.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이현주 기자
"아이브 장원영이 광고하는 한국 화장품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지난 3일 오후 2시께 서울 명동에서 만난 하야토 씨(가명)는 기자에게 이 같이 물었다. K팝 팬이라는 그는 한국 아이돌이 광고모델로 기용된 화장품과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브는 지난달 일본 레코드협회가 발표한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에서 '뉴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와 '베스트 3 뉴 아티스트' 아시아 부문 2관왕을 차지할 만큼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한동안 썰렁했던 서울 관광 1번지 명동이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인근 백화점과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등 상권에도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K뷰티 파워' 여전…곳곳 화장품 쇼핑백 든 외국인

3일 오후 2시께 관광 안내원에게 길을 묻는 외국인 모습./사진=이현주 기자
3일 오후 2시께 관광 안내원에게 길을 묻는 외국인 모습./사진=이현주 기자
이날 명동 거리에서 만난 관광객들 상당수가 화장품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K팝만큼이나 해외 관광객에게 필수 코스가 되다시피 한 'K뷰티'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코로나19 이전보다 숫자는 줄었지만 명동 거리 화장품 매장에도 활기가 도는 분위기다. 한국 브랜드 화장품을 파는 한 로드숍 가게에서 일하는 대만 국적 직원은 "작년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게 실감 난다"며 웃어보였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온 메이코 씨(가명)도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데 K뷰티에 관심이 크다. 한국 화장품을 사러 (여행을) 왔다"고 했다.

로드숍 빈 자리를 채운 편집숍과 H&B 스토어 등은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달 1~17일 명동 5개 매장 매출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배 가까이 뛰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귀띔했다.

명동 인근 백화점을 찾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실제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올해 1~3월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0% 뛰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고객 매출 역시 365.3% 늘었다.

국적 다양화…중국인 입국 본격화 "유커 특수 예상"

3일 오후 2시께 명동거리. 상인들이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이현주 기자
3일 오후 2시께 명동거리. 상인들이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이현주 기자
올해 들어 하늘길이 넓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확연히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379.3% 증가한 47만920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명동거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동향은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주류를 이뤘던 전성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에서 3117% 급증한 9만4000명이 방문해 1월에 이어 2월에도 가장 많았다. 대만도 5497% 증가한 4만8000명으로 2위를 차지했고 미국(4만6200명) 중국(4만5900명) 베트남(2만8800명) 순이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절대 수치는 30% 수준이지만 현장에선 체감 효과가 크다.

명동에서 수년간 관광안내원을 했다는 한 직원은 "확실히 전년보다 외국인이 늘어난 게 체감된다. 최근 중국인부터 미국인들까지 다양하게 찾아온다"며 "가장 많이 찾는 관광 명소는 남산타워, 명동성당, 청계천 등"이라고 귀띔했다.
3일 오후 2시께 새로 문을 연 명동역 다이소를 찾았다./사진=이현주 기자
3일 오후 2시께 새로 문을 연 명동역 다이소를 찾았다./사진=이현주 기자
명동 상권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중국인 관광객 입국이 본격화하면 호텔, 면세점, 쇼핑 등에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 특수'가 일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해외 관광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아직 미미한 수준. 3년 전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 50만8900명에 달하던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2월 4만5900명으로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업계는 지난달 중국발 입국자의 PCR(유전자증폭) 검사 의무가 해제된 데다 중국·홍콩·마카오발 입국자의 입국 전 검사·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큐코드) 의무화도 사라져 앞으로는 더 많은 유커가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명동 상권에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돌아오면서 매장을 찾는 외국인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