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주요 은행 시가총액이 이달 들어 4600억달러(약 602조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세계적인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의 부도 위기로 세계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투매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은행株 이달 시총 4600억弗 증발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주요 은행은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시총이 2680억달러 감소했다. 유럽은 1630억달러, 일본은 290억달러의 은행주 시총이 날아갔다.

각 지역의 은행주 인덱스도 급락했다. 미국 주요 24개 은행을 모은 KBW뱅크 인덱스는 이달 들어 18% 급락했다. 유럽의 스톡스600뱅크스 인덱스는 15%, 일본의 토픽스뱅킹섹터 인덱스는 9% 내렸다.

FT는 “각국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패닉 상황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100% 성공하진 못했다”고 진단했다.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더 광범위한 공황을 막으려는 노력이 부분적으로만 효과를 냈다는 얘기다.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미국 대형 은행들이 300억달러를 지원했음에도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17일 32.8% 폭락한 23.0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CS도 스위스 중앙은행의 긴급 대출 발표에도 주가가 8.01% 하락했다.

불안심리가 확산하면서 미국 웰스파고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3대 은행에 예금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시그니처은행과 SVB의 파산을 계기로 지역 중소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뱅크런 우려가 없는 대형 은행으로 대거 들어갔다. SVB 파산 당일에도 고객들이 이 은행에서 빼낸 자금을 웰스파고 씨티은행 등으로 대거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은행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중소 은행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형은행연합회(MBCA)는 규제당국에 예금 전액 지급보증 조치를 향후 2년간 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BCA는 “은행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급보증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런 요청 서한을 규제기관들에 보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정부의 예금 지급보증 조치 범위를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했다. 모든 무보험 예금이 보장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MBCA는 110개 이상인 회원사 모두가 예금을 보장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