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업체는 가격을 올리는 데 거리낌이 없다. 제조원가·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1년에도 몇 차례씩 가격을 인상한 브랜드가 대다수다. 그런데도 국내 소비자들은 없어서 못 살 정도로 명품에 열광한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은 지난 7일 주요 제품 가격을 7~8% 올렸다. 불가리도 이달 들어 인기 상품 가격을 4~7% 인상했다.

에르메스, 롤렉스, 쇼파드 등은 해가 바뀌자마자 앞다퉈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유통업계에선 루이비통과 디올도 올 상반기에 가격을 올릴 게 확실시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버킨백 가격이 100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치솟았지만, 한국에서 명품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새해 첫날 가격을 올린 롤렉스의 경우 주요 백화점 매장 앞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여전히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명품업체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해외 본사로 보낸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21년 순이익의 69%인 1560억원을 프랑스 본사로 부쳤다. 에르메스코리아는 76%인 960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이런 까닭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과소비로 남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명품 열풍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많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등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명품 e커머스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판매하는 e커머스 플랫폼도 따라서 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국내 빅3 명품 플랫폼인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의 기업가치 합을 한때 2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리셀(되팔기)이 활성화하면서 명품 검수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 크림, 무신사 솔드아웃, 번개장터 등 7개 기업이 서울에 검수센터를 열었다. 크림은 올해도 당산동에 연면적 4727㎡ 규모의 제3검수·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