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텔 공룡’들이 한국에서 체인사업 확장 대공세에 나섰다. ‘르메르디앙’(메리어트) ‘더블트리’(힐튼) 등의 브랜드를 단 호텔들이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속속 들어서고 있다.

국내 호텔기업들 역시 새로운 체인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안방 사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호텔 시장을 두고 국내외 호텔기업들이 한판 대결을 벌일 태세다.

한국 공략 나선 글로벌 강자들

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힐튼은 한국 총괄 담당을 선임했다. 힐튼이 한국 지역 총괄직을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국에서 ‘콘래드’ ‘LXR’ ‘더블트리바이힐튼’ 등 힐튼 브랜드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힐튼은 다음달 경기 성남시 판교에 더블트리바이힐튼을 선보인다.

‘리츠칼튼’ ‘JW메리어트’ ‘르메르디앙’ ‘코트야드’ 등 30개 브랜드를 운영 중인 메리어트는 이미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메리어트는 지난해 명동 르메르디앙, 명동 목시, 수원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등을 열었다.

2025년까지 한국 내 메리어트 브랜드 호텔을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메리어트는 세계적으로 1억6000만 명이 넘는 멤버십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주요 기업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실속파 관광객들을 이들에 상당수 빼앗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호텔업계의 시각이다.

수성 나선 국내 기업들

브랜드 빌려주고 로열티 챙겨…글로벌 호텔공룡 '한국 대공습'
해외 호텔기업들은 한국에서 직접 호텔을 운영하기보다 국내 사업자에게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체인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부동산을 직접 매입·임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자금운용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강자들의 공세에 맞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체인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신세계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 1일 강원 양양에 연 ‘코랄로 바이 조선’에 ‘바이 조선’이라는 브랜드를 쓰도록 했다. 바이 조선은 소유주가 원하는 호텔의 개성은 유지하면서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운영 방식을 적용하는 브랜드다.

GS리테일의 호텔 계열사 파르나스호텔 역시 지난해 독자 브랜드 ‘파르나스’를 제주에서 선보였다. 이전까지는 서울 강남에서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의 브랜드를 빌린 호텔만 운영해왔다.

국내에서 체인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는 ‘신라스테이’다.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는 현재 서울, 제주, 부산, 여수 등 전국에서 1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2021년 호텔신라가 신라스테이를 통해 올린 매출은 965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소유주들 사이에서 호텔을 안정적으로 위탁 운영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가속

국내 호텔업계 ‘빅2’인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는 해외로도 체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신라 모노그램’이란 브랜드를 2020년 6월 베트남 다낭에 내놨다. 앞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10여 개 지역에서 신라 모노그램의 이름을 단 호텔을 열 계획이다.

호텔롯데 역시 러시아 사마라, 미국 시애틀, 미얀마 양곤에서 ‘롯데호텔’ 브랜드로 호텔을 위탁 운영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는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롯데시티호텔’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국내 호텔업계는 체인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IHG, 메리어트, 힐튼 같은 ‘큰 산’을 넘어서야 한다. 일찍이 글로벌 체인을 구축해 탄탄한 이용자층을 보유한 이들을 제치고 호텔 사업자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채택시키기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