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거인의 파안대소 > 한국경제신문은 2일부터 서울 중림동 본사 1층에서 ‘격동과 기적의 대한민국 60년’ 특별 사진전을 열었다. 관람객들이 보고 있는 사진은 1986년 2월 12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왼쪽)이 호암자전출판기념회가 열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파안대소하는 장면이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전쟁의 잿더미 위에 반도체 가전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의 씨앗을 뿌린 1세대 창업 기업인의 스토리는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못 따라올 정도로 흥미진진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그들의 행보는 ‘기적’이나 ‘신화’라는 단어를 갖다 붙여도 전혀 과하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고문단 등 18명이 1994년 6월 17일 경기 은화삼컨트리클럽(CC)에서 골프 회동을 통해 단합을 다지고 있다. 한경디지털자산 한국경제신문이 1960년대 이후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진 주요 기업인과 경제 사건 등을 되돌아보는 ‘격동과 기적의 대한민국 60년’ 사진전을 2일부터 서울 중림동 사옥 1층 한경갤러리에서 시작한다. 전에 없는 복합·다중위기가 엄습한 지금,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주요 산업을 키워낸 기업인들의 열정과 모험심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이 신경영 선언 1년 뒤인 1994년 9월 9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가족 한마음축제’에 그룹 회장단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한경디지털자산 첫 번째 사진전 <신화를 쓴 불굴의 기업인들>에서는 1세대 창업 기업인부터 2·3·4대 경영인의 다양한 사진이 걸렸다. 출생과 자라난 배경은 물론 옷차림과 말투까지 180도 달랐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반도체·가전, 자동차·조선 왕국을 건설한 이병철·정주영 회장은 대한민국 산업의 주춧돌을 놓은 한국 경제의 두 거목으로 기억된다. 이 회장의 희수연(77세 생일잔치) 겸 호암자전출판기념회에서 만난 두 사람이 악수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언제 봐도 또 보고 싶어질 정도다. 이병철 회장이 1985년 1월 인텔과의 기술협력 계약 체결식이 끝난 뒤 축하 리셉션에서 건배하는 장면은 삼성 반도체 역사상 가장 결정적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할 만하다. 신경영으로 전자산업 전 부문에서 글로벌 약진을 일궈낸 이건희 회장이 7만여 명이 운집한 ‘삼성 가족 한마음 축제’에 손을 흔들며 입장하는 모습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2005년 5월 20일 열린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 생산된 쏘나타(1호차)에 기념 서명하고 있다. 한경디지털자산 조선소도 없이 선박부터 수주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배짱에는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된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여준 정 회장이 ‘포니 엑셀’ 신차 발표회에서 행사장 한쪽에 전시된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모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장면도 감상해볼 만하다. 특유의 ‘품질경영’으로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현 명예회장)이 2005년 5월 미국 앨라배마공장 준공식에서 처음 생산된 쏘나타에 서명하는 사진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기록으로 꼽힌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12월 21일 열린 경인고속도로와 경수고속도로 동시 개통식에서 축하의 뜻을 담아 샴페인을 고속도로 바닥에 뿌리고 있다.
한경디지털자산
1990년 3월 2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개관식에서 신격호 롯데 회장(앞줄 맨 오른쪽)이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오른쪽 두 번째), 김종필 민주자유당 최고위원(맨 왼쪽) 등과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그룹 금성사(현 LG전자)가 개발한 최초의 국산 자동 전화기 ‘금성1호’를 시험통화하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LG화학의 미국 배터리공장 기공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는 구본무 회장 사진도 준비했다. 일본 초콜릿 공장을 점검하는 40대의 젊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산업 근대화의 불꽃이 된 포항제철 1고로를 점화할 불씨를 채화하는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 사진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근대화 산업화 초석을 놓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포항제철 고로 화입식을 챙기는 사진은 지도자의 선견과 의지가 국가의 앞날을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실감케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오른쪽)이 2010년 7월 15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린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LG그룹 우리 경제에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거대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격동기를 이끈 기업인들의 발자취가 담긴 사진들을 통해 그들의 기업가정신을 되새기고 위기 극복을 위한 영감과 용기를 얻어가길 바란다.
[비즈니스 포커스]“‘재벌집 막내아들’ 보고 구매했어요.”출간된 지 8년이 지난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일대기가 담긴 ‘호암자전’이 2022년 12월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호암자전’은 교보문고의 2022년 12월 셋째 주 경제·경영 분야 판매 순위 18위로 올라섰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효과다.드라마의 흥행은 재벌가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즐겨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에서는 이병철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와 관련된 일화나 어록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재벌집 막내아들’은 13년간 재벌가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은 대기업 직원(윤현우)이 자신을 죽인 집안의 막내 손자(진도준)로 환생해 복수하고 재벌가의 모든 것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판타지 드라마다. 산경 작가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이다.판타지물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닷컴 버블, 카드대란 등 1980∼1990년대 실제 역사적 사건들을 엮었고 캐릭터 모티브를 대기업 오너 일가에서 따왔다는 점에서 실존 인물·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해 현실감과 몰입감을 배가했다는 평가다. 드라마 설정과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을 비교해 봤다. 반도체 키운 진양철, 순양=삼성?극중 순양그룹은 현실 속 삼성과 닮은 부분이 많다. 진 회장은 이병철 창업자처럼 정미소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고 주변의 극심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는 순양의 미래 먹거리”라며 반도체와 전자 사업에 대한 투자를 뚝심으로 밀어붙여 그룹의 핵심으로 키웠다.진 회장이 ‘자동차 마니아’로 묘사되며 자동차 사업에 혜안을 보이고 도전한 것은 그의 아들 이건희 전 회장을 연상시킨다. “초밥 한 점에 밥알이 몇 개고? 320개다”라며 자문자답하는 진 회장의 대사는 이병철 창업자가 신라호텔 조리부장에게 실제 건넸던 말로 유명한 일화에서 따왔다.그는 신라호텔 조리부장에서 초밥 한 점에 들어가는 밥알 개수를 물어보며 “낮에는 밥으로 먹기 때문에 초밥 한 점에 320알이 있다. 저녁에는 술안주로 먹기 좋게 280알 정도가 있어야 정석이다”라고 말했다. 이병철 창업자의 치밀하고 꼼꼼하면서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다.진 회장이 사는 집 ‘정심재’는 삼성의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심재의 실제 촬영지는 부산 남천동 금련산 자락에 있는 옛 부산시장 관사다.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고 김중업 건축가가 지은 대통령 별장이다.이병철 창업자의 거처였던 승지원에는 한옥 건물(본관)과 양옥 건물이 있는데 한옥 건물은 궁궐 건축의 대가인 신응수 대목장이 지었다. 승지원은 1987년 이건희 전 회장이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사용됐다.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5대 그룹 총수 회동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세계적인 정·재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순양의 아진차 인수, 기아차 인수전 떠올라현대그룹을 모티브로 삼은 가상의 기업도 등장한다. 극중 순양그룹과 경쟁 관계에 있는 대영그룹 얘기다. 중공업과 조선업까지 갖춘 자동차 1위 기업으로 나온 대영그룹은 현대그룹과 오버랩된다. 6·25전쟁 당시 월남한 실향민으로 대영그룹을 맨손으로 일군 주영일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모습과 닮았다.극중 IMF 외환 위기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아진자동차 인수전에 순양그룹과 대영그룹이 뛰어든 장면은 1998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스토리를 연상하게 한다. 1998년 기아차의 부도로 채권단이 국제 입찰 방식으로 기아차 매각에 나서자 현대차·대우차·삼성차·포드가 입찰전에 뛰어들었다.드라마에선 순양그룹이 아진자동차를 품었지만 실제 기아차를 인수한 곳은 삼성이 아닌 현대차다. 현대차는 기아차 인수 성공으로 글로벌 종합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고 삼성은 자동차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1998년 김대중 정부는 현대·삼성·대우·LG·SK 등 5대 그룹의 사업을 교환하는 빅딜(사업 구조 조정)을 강요했는데 이들 그룹이 경쟁적으로 벌여 놓았던 반도체·발전설비·석유화학·항공기·철도차량·선박엔진·정유 등 7개 업종을 상호 통합해 재벌들의 과잉·중복 투자를 해소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정부가 주도한 강제적인 구조 조정은 경제사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 부실 기업 쌍용차를 인수했던 대우그룹은 삼성차와 대우전자를 맞교환하는 빅딜에도 실패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쌍용차 인수 1년 만에 그룹 해체를 맞게 됐다.빅딜로 LG그룹도 시련을 맞았다. 반도체 부문 단일화를 위해 LG그룹은 당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4위였던 LG반도체를 5위 현대전자에 2조6000억원에 넘겼다.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는 이후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결국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꾼 뒤 돌고 돌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국면에서 결국 SK그룹에 인수돼 SK하이닉스가 된다. 삼성에 흑역사 안긴 새롬기술 재조명극중 한도제철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시작점으로 지목되는 한보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1997년 1월 한보철강의 부도가 진로·기아자동차·쌍방울·해태그룹의 부도로 이어지면서 그해 11월 IMF 외환 위기가 터졌다. 순양그룹이 한도제철을 인수한 대목은 현대그룹의 현대제철 인수 스토리가 연상된다.진 회장의 외동딸인 진화영에게 복수하기 위해 진도준이 활용한 ‘뉴데이터 테크놀로지’ 주식 폭락 사건도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었다. 닷컴 버블을 타고 등장해 한국 주식 시장 역사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급추락한 새롬기술이다.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다. 1993년 설립된 새롬기술은 국제전화를 무료로 쓸 수 있다는 ‘다이얼 패드’를 앞세워 1999년 8월 상장 6개월 만에 1890원이었던 주식이 28만2000원까지 약 150배 급등하며 코스닥 황제주로 주목받았다.2000년 2월 시가 총액이 3조원까지 불어나며 현대차마저 눌렀다. 초기 투자자들은 큰돈을 벌었지만 이들을 보고 한 발 늦게 뛰어든 개미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배우 박중훈 씨가 1997년 지인의 소개로 새롬기술에 2억5000만원을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일화가 유명하다.새롬기술은 삼성이 물린 주식으로도 불린다. 삼성이 벤처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인 1999년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중공업 등이 880억원을 투자해 새롬기술 주식 80만 주를 주당 11만원에 취득했지만 이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했다.새롬기술 전·현직 경영진의 분식 회계 논란과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5000원대로 추락했다. 삼성은 새롬기술의 주식을 전량 매각했지만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됐다.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메모리사업부엔 대형 전자시계가 하나 있다. ‘레전드 오브 월드 넘버원’(세계 1위의 전설)이란 문구가 새겨진 이 시계는 30일 현재 ‘29년 364일’을 표시하고 있다. 숫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수성한 기간이다. 내년 1월 1일이 되면 앞자리가 30년으로 바뀐다.한 기업이 30년 넘게 특정 시장에서 1위를 지킨 건 세계 산업사에 흔치 않은 대기록이다. 위기 때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 경영자들의 혜안과 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대기록을 이어온 배경으로 꼽힌다. ‘과대망상’ 비웃음에도 대규모 투자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른 건 1993년이다. 당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기준 시장 점유율은 10.8%. 1980년대까지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던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 반도체 기업을 제쳤다.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 시장에 진입했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1983년 2월 반도체의 중요성을 꿰뚫어본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반도체 중에서도 첨단기술인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도쿄 선언’이다.가전용 반도체만 만들어온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은 경쟁사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인텔 경영진이 이 창업회장을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웃을 정도였다. ‘스택’ 방식 선택한 KH의 결단삼성은 보란 듯이 신화를 써내려갔다. 그해 11월 세계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선진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던 인재들을 불러 모아 ‘24시간 개발 체제’를 가동한 결과다. 1985년엔 반도체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다.1987년은 삼성 반도체 역사의 분수령이었다. 당시 삼성을 포함한 20여 개 반도체업체가 4Mb(메가비트) D램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숙제는 ‘입체 구조’로 D램의 면적을 넓히는 것이었다.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됐다. 지하로 파는 ‘트렌치’ 방식과 건물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스택’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 쉬운지’에 대해 고민한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스택’ 방식을 선택했다. 고비용의 트렌치 방식을 택했던 일본 업체는 대부분 몰락했다. 30년 이어진 ‘세계 최초’ 행진이후 30년은 ‘세계 최초’ 수식어의 연속이었다. 256M D램(1994년), 1G D램(1996년), 20나노급 D램(2011년), 3차원 V낸드(2013년), 10나노급 D램(2016년) 등이 대표적이다.비결로는 총수들의 과감한 투자가 꼽힌다. 1980년대 후반 경쟁사의 저가정책과 경기불황으로 반도체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삼성 총수들은 ‘역발상 투자’에 나섰다. 1991~1992년 총 1조2500억원을 신규 라인에 투자했다. 거짓말처럼 호황기가 왔고, 삼성전자는 확보해둔 생산능력을 앞세워 세계 1위를 차지했다.1999년엔 화성캠퍼스 조성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엔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세계 1위에 올랐다. 2005년 삼성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0%대로 뛰었다.인재 관련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IBM에서 일하던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을 삼성으로 이끈 것도 총수들이다.이 같은 ‘성공 방정식’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D램 공정에 대당 2000억원 수준인 극자외선(EUV) 노광장치를 적용하는 것도 삼성전자가 가장 빨랐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차세대 슈퍼컴퓨터용 초고속 D램, 메모리반도체와 AI반도체를 결합한 ‘HBM-PIM’ 등과 관련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최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경쟁사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앞으로의 30년은 ‘신개념 메모리’로 1위 자리를 지킬 계획이다.메모리반도체에 다른 반도체들을 패키징한 신제품을 앞세워 고객사에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CXL’로 불리는 기술을 통해 한 개의 고성능 메모리를 여러 반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제품도 세계 최초로 내놨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햇빛이 눈부신 날, 프리다 칼로가 풀밭에 누웠다. 간지러운 햇살에 칼로의 길게 이어진 짙은 눈썹 아래로 옅은 미소가 번졌다.콜롬비아 출신 사진가 겸 화가 레오 마티스가 1941년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를 찍은 작품 ‘태양 아래 프리다’다. 마티스는 고통 속에서 평화를 갈구했던 칼로의 마음을 이렇게 담아냈다. 작가는 당시 멕시코 유명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촬영했다. 시대의 아이콘이던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부부의 일상은 그 자체로 뉴스이자 작품이었다. 강렬한 인상, 리베라와의 두 번의 결혼, 32번의 수술, 내면을 반영한 파격적 자화상. 칼로의 작품과 삶은 대중과 다른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다. 패션잡지 보그에 등장했고,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그를 카메라에 담았다.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칼로의 마지막 작품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와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다. 슬픈 자화상이 아닌, 타인이 찍은 칼로의 사진들은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홀에서 내년 3월 2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