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LG 사장 출신 합류…미래산업 백년대계 세울 '어벤저스' 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대전환 태스크포스(TF)’는 윤석열 정부의 장기 산업전략 수립을 위해 꾸려졌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 출신 외에 김현석 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가세한 게 특징이다. 1960년대 만들어진 산업정책 모델에서 탈피해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업과 국가의 공동전략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전략투자공사 설립 논의
TF는 6개 분과로 구성됐다. 투자 분과는 최중경 전 장관이 맡았다. 벤처 투자 생태계 강화, 국가 주도 첨단기술 확보, 기업의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할 전망이다. 최 전 장관이 한·미 공조를 강조해온 만큼 2차전지·방산·원전 수출 등의 분야에서 한·미 상호 투자 확대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출자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국가전략투자공사’ 설립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국가전략투자공사는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큰 해외 첨단기술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국부펀드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술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소수고, 대기업의 관심 사업도 국가전략에 맞는 첨단 미래산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TF의 문제의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전략기술을 키우기 위해 정부의 인내와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국가전략투자공사와 별개로, 정부 일각에선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의 돈을 모아 국가전략산업에 투자하는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성장 분과는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발굴해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좌장을 맡은 박재완 전 장관은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정서가 기업가의 의욕을 꺾고, 한국의 성장동력을 훼손하고 있다”며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산업정책을 다방면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트윈, 제조업 생태계 유지
신(新)비즈니스 분과는 LG전자 사장을 지낸 박일평 대표가 이끈다. 산업 혁신 전문가인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평소 ‘서비스의 제조화, 제조의 서비스화’를 주문해왔다는 점에서 제조·서비스업 융합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TF에서는 현실세계를 복제해 디지털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기술의 활용법을 찾고 있다. 가상협업 공장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납품업체들이 가상협업 공장에서 자사 부품의 정합성을 실험하는 식이다. TF는 가상협업 공장이 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성 분과는 ‘비스포크(맞춤형)’로 삼성전자 가전 혁신을 주도한 김현석 전 사장이 맡는다. 연구개발(R&D) 고도화 방안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 국가적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발전 방안과 기업 현장 연계 방안도 모색한다.
이민청 설립도 논의
글로벌비즈니스 분과는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플랫폼 기업의 영역 확장 방안과 정부의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 독자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플랫폼 경쟁에서 생존전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밖에도 미국의 반도체 리쇼어링 전략에 대한 대응법과 한·미 배터리 협력을 모빌리티 영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분과장을 맡은 이성용 ADL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공백을 잘 공략하는 데 한국 경제의 해법이 있다”고 했다.

인력 문제도 이번 TF의 핵심 과제다. 분과장은 국내 최고의 산학협력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우승 한양대 총장이 맡았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구직자는 만족스러운 직장이 없는 인력 미스매칭 문제가 TF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에 따라 지방대학 캠퍼스를 활용해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이민청 설립도 논의할 계획이다. 일할 사람이 없는 항아리형 인구 구조(유소년 인구가 적고 고령 인구가 많은 구조)를 극복하려면 해외 인력 유치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총장은 “보텀업 방식으로 정책과제를 모으는 단계”라며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소현/정지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