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최근 급격하게 악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정부의 건보 적용 범위 확대다. 2017년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이후 건보 지출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보 수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의 병원 이용이 줄었던 지난해와 올해를 제외하고 2018년 이후 내리 적자다. 내년부터는 다시 계속 적자를 내고, 그 폭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건보 보장성 강화에 따른 연도별 집행액’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문재인 케어 관련 총지출액은 18조5963억원에 달한다. 문재인 케어는 지난 정부의 건보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과거 비급여 항목이었던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 급여화 등이 포함됐다. 연도별 지출액은 △2017년 1842억원 △2018년 2조3960억원 △2019년 4조2069억원 △2020년 5조3146억원 △2021년 6조4956억원으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문재인 케어를 대표하는 상복부·하복부 등 초음파 급여화에 5년간 1조8155억원이, 뇌·뇌혈관 등 각종 MRI에 9942억원이 투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건보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적정 수준의 본인 부담과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막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예컨대 뇌·뇌혈관 MRI 재정지출은 지난해 2529억원으로, 원래 목표였던 2053억원을 훌쩍 넘었다.

특정 의료 항목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상도 벌어졌다. 대표적으로 초음파·MRI 진료비는 건강보험 적용 첫해인 2018년 1891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3년 새 10배 수준이 됐다. 이 밖에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외국 체류 가족까지 피부양자로 올린 뒤 가족이 질병에 걸리면 국내로 들어오게 해 치료·수술 등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사례도 발견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는 지난 8월 건보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하면서 문재인 케어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건보 적용 항목을 일부 조정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의 가족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축소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증 질환에는 본인 부담을 높이고 중증 질환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등 건보 운영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