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업체들과 손잡고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2030년 글로벌 점유율 40%를 달성해 중국을 제치고 2차전지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5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실현한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닻 올린 K배터리 동맹…"中 제치고 최강국 올라설 것"

IRA 대응에 힘 모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최윤호 삼성SDI 대표, 지동섭 SK온 대표,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2차전지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주요국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배터리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 공동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호주 캐나다 칠레 등에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채굴·가공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대당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개별 기업 단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얼라이언스는 광물 지도 작성, 프로젝트 발굴, 정·제련 사업, 금융 지원 등 광물 확보 활동을 추진한다.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은 5년간 3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달 ‘핵심 광물 확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술·생산·인력 투자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등 순환 체계를 구축해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고, 유럽연합(EU) 등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로 했다.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2030년까지 정부 연구개발(R&D) 자금 1조원, 민간 19조5000억원 등 20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 번 충전으로 800㎞를 달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전지도 2026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배터리업계는 2030년까지 국내 시설 투자에도 30조5000억원을 쏟아붓는다. 국내 생산능력을 지난해 39GWh에서 2025년 60GWh로 약 1.5배로 늘릴 계획이다. 인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민·관이 힘을 합쳐 2030년까지 1만6000명을 양성한다는 전략도 수립했다. ‘배터리 아카데미’를 신설해 산업계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정부는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 역할을 분담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연간 800명 이상 양성할 계획이다.

최윤호 대표 “투자 준비”

회의에 참석한 배터리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내년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투자계획을 묻는 말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그러면서 “세 가지 경영방침과 중장기 전략에 맞춰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앞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등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웠다.

이 사장은 IRA 대응과 관련, “미국이 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중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유럽 공장 투자에 대해 “규제 법안이 확정되면 전략이 결정될 것”이라며 “전기요금이 싸고, 클린에너지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규/이지훈/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