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한때의 저출산 지원은 미봉책…기업도 나서야"
정운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사장이 25일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대책이 아닌 한때의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자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 가정이 함께하는 범국가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출범식에서 이같이 말했다.한반도미래연구원은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문제로 인한 국가소멸의 위기를 헤쳐나가고자 발족된 연구기관으로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과 정책방안 등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정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국의 인구문제가 특히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구구조 변화가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 미칠 것이란 경고음이 올린지가 오래되었지만 인류 역사이래 예외적인 초저출산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50년 후 기초자치단체의 93%가 소멸 위기 처할 것이란 내용을 담은 감사원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정 이사장은 또 "기업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구구조 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한다"며 "국내외 관련 분야 전문기관과 협업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정책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취지에 맞게 연구원 이사진에도 발기인 대표인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을 비롯해,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 기업인이 참여했다. 김 회장은 "출산이 재앙이 아니고 행복한 가정의 시작이라는 인식 대전환과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민과 비혼 출산 가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의 사례를 소개하며 "직원의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사이클에 맞춘 출산 친화제도를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협력사 직원 자녀를 위한 상생 장학금도 주고 있다"며 "포스코의 대내외 성과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과 공유해 더 큰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원준 포스코 부사장은 포스코가 육아 친화적 회사를 표방한 이유에 대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기업의 생존문제와 직결돼있다"고 강조했다. 양 부사장은 "직원들이 자녀 걱정없이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지난 2019년부터 다양한 출산친화제도를 운영한 결과 두자녀 직원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네 쌍둥이를 낳은 직원에게 9인승 차량과 월 300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양 부사장은 "과도한 지원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사내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격려와 응원을 해줬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