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에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라인부터 구축한다. 본격 가동 시점(2024년 하반기)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용 중상급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자동차 업체의 첨단 자율주행칩 등을 수주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17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건설하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공정 수준을 ‘5㎚ 이하’로 정했다. 이달 초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도쿄, 서울 등에서 순차적으로 연 ‘파운드리포럼 2022’를 통해 고객사에 공개했다.

5㎚ 공정은 현재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주력 공정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말 이후 출시된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엑시노스 2022’ 같은 AP가 삼성 파운드리의 5㎚ 공정에서 양산됐다. 당시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떨어진다” “삼성 5㎚ 공정에서 나온 칩의 발열이 심하다” 등의 불만이 나왔지만 현재는 제품 성능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전략을 두고 미국에 본사를 둔 퀄컴, 구글, 인텔, 테슬라 등 고객사로부터 ‘안정적인 수주’를 받기 위한 포석이란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에 들어가는 AP ‘텐서’를 삼성전자에서 공급받고 있다. 테슬라는 차세대 자율주행칩 위탁생산을 삼성 5㎚ 공정에 맡기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론 테일러에도 3㎚ 이하 첨단 공정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