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예진 오누이 대표 "검증된 SKY 쌤 태블릿에 모았더니 학부모도 인정한 온라인 과외 됐죠"
“연필의 지우개는 왜 뒤에 달려 있을까? 앞에 있으면 훨씬 편하지 않을까?”

“수저통에서 숟가락을 손으로 꺼낼 필요 없이 식탁에 ‘탁’ 내려치면 바로 세팅 되게 할 수는 없을까?”

고예진 오누이 대표(사진)는 초등학생 때부터 심심풀이로 이런 고민을 했다. 무언가를 만들고 기획하는 게 좋았던 그는 중앙대 도시공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도시공학의 세계는 느렸다. 도시 환경을 계획하고 완공하는 데까지 몇 년씩 걸렸다. ‘빨리빨리’하는 성격을 지닌 전형적 한국인인 고 대표는 전공과 괴리감을 느꼈다.

그는 2012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무작정 호주 서부 도시 퍼스로 떠났다. 머리도 식힐 겸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 그곳에는 여유롭게 삶을 즐기면서 자신만의 일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고 대표는 “홈스테이 주인 할머니께선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했는데 매우 즐거워 보였다”며 “나도 늙어서까지 주도적으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귀국 후 학업을 마치고 SK플래닛의 모바일 인력 전문 양성기관인 T아카데미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교육받고 기획·개발·디자인 분야 교육생들과 함께 앱을 개발하는 게 목표였다. 대학 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 대표는 교육 앱을 만들고 싶었다. 대학생 오빠, 누나들이 문제풀이를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문제를 촬영한 뒤 앱에 올리면 대학생 선생님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그의 첫 사업 아이템 ‘오누이’가 탄생했다.

2016년 법인 설립 이후 입소문을 타고 월 매출이 2000만원까지 늘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과외 시장에서 오누이 플랫폼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정도였다. 한계를 느낀 고 대표는 태블릿PC를 활용해 과외를 온라인으로 하는 구상을 했다.

선생님과 학생이 태블릿 화면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학생이 문제를 풀고, 필기를 하고, 선생님이 적어주는 풀이법들이 양쪽에 똑같이 나타나게 했다. 튜터도 서울대 등 명문대 학생으로 제한해 검증을 거친 뒤 뽑기로 했다. ‘서울대생 선생님’과 ‘태블릿’을 합쳐 서비스명을 ‘설탭’으로 정했다.

고 대표는 “기존 서비스들은 학부모와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 역할만 했다”며 “이런 ‘오픈’ 플랫폼에선 원하는 선생님을 일일이 탐색하고, 시범 수업을 하는 등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설탭은 학부모에게 검증된 선생님을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과외를 상품화했다.

설탭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태블릿을 무상으로 대여받는다. 태블릿이 장벽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고 대표의 생각이다. 플랫폼 안엔 ‘과외티콘’도 넣었다. 고 대표는 “오프라인 과외는 동네 학원보다 비용이 비싼 데다 낯선 누군가가 우리 집을 방문한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태블릿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