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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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2030년까지 미국에 13억달러(약 1조85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용 부품·모듈공장 등을 짓는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발표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투자금액 105억달러 중 현대모비스가 담당할 내용이 구체화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5일 이사회를 열고 북미지역 자회사인 MAI(Mobis America)에 자본금 2억8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출자하기로 결의했다. MAI는 2030년까지 자체 보유자금과 현지 조달자금을 활용해 현대차의 조지아 신공장 근처에 전기차 부품 공장과 모듈 공장을 신설하고, 기존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 발표에 대해 “현대차·기아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중장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세계 시장에서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시장의 12%가량을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조지아 신공장 등을 발판 삼아 연 84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시장이 세계 판매량의 26%를 차지하는 셈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 법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일 국회에 출석해 “보조금 액수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저희 차를 선택하기에 어려운 장벽을 만나게 됐다”며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가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모비스가 13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IRA 대응과 별개로 적극적인 현지 투자는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 미국은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장”이라며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