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컬리 대표가 마켓컬리에서 판매할 식품들을 일일이 시식하는 것은 유통업계에 다 알려진 얘기다. 김 대표의 시식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떤 상품도 마켓컬리에 걸리지 못한다.

요즘엔 화장품도 그렇다. 김 대표는 입점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며 꼼꼼하게 체크한다. 여기에는 화장품을 식품과 함께 마켓컬리의 주력 상품으로 키우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컬리 내부에선 마켓컬리가 오는 3분기엔 국내 최대 뷰티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화장품을 찍은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비(非)식품군을 강화해 몸집을 키우려는 의도가 없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보다 근본적으론 마켓컬리의 주 이용객이 3040 여성이라는 점이 크다. 주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비식품군 중에 추가로 구매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품이 화장품이라는 것이다.

마켓컬리가 2017년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화장품 제품군의 판매량은 매년 200% 이상 불어났다. 이에 힘입어 마켓컬리는 지난 3월 정관 변경을 통해 ‘화장품 제조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서비스 초기부터 ‘깐깐한 제품 선별’을 강조해온 컬리는 이런 마케팅 전략을 화장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마켓컬리는 스킨케어 제품을 판매할 때 미국의 화장품 유해성분 검증기관에서 제시하는 등급을 토대로 상품의 전체 성분을 설명한다.

화장품은 매출원가가 낮아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1조5614억원에 달하지만, 아직 영업손실이 2177억원에 이른다.

제조사에도 마켓컬리는 매력적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 정도를 제외하면 화장품업계에 경쟁력 있는 e커머스 역량을 보유한 곳은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며 “컬리만의 새벽배송 시스템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 1위 LG생활건강이 컬리의 콜드체인 배송 역량을 높이 평가해 최근 마켓컬리에서 냉장 화장품을 팔기 시작한 게 이런 이유에서다. 온·오프라인 화장품 플랫폼 1위인 CJ올리브영은 주문 뒤 3시간 이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당일배송(오늘드림)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주문을 오후 8시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e커머스 업계에선 마켓컬리가 뷰티 플랫폼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하면 향후 자체브랜드(PB) 화장품을 출시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