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자동차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리는 또 하나의 타깃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은 전기차 보급률이 1% 미만에 불과하지만 향후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시장 진입 실패를 전기차로 만회한다는 의미도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5일 일본 시장에서 차량 공유 플랫폼 애니카를 통해 아이오닉 5, 넥쏘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오닉 5 100대, 넥쏘 20대를 도쿄와 수도권 중심 지역에 투입했다. 전기차가 익숙하지 않은 일본 소비자에게 체험 기회를 주고 구매 욕구를 일으키려는 전략이다. 도쿄의 대표 번화가인 하라주쿠역 앞에 전시장 ‘현대 하우스’도 열었다. 건축, 음식, 패션,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전시한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 5를 시승한 현지 매체, 블로거, 유튜버들의 반응이 매우 호의적”이라며 “과거 혹평받던 내연기관차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5 가격은 479만~589만엔으로 닛산 전기차 아리야(540만~740만엔)보다 저렴하다. 도요타는 올해 내놓을 첫 전기차 bZ4X를 일본에 출시하지 않고 해외 판매에 집중하기로 해 아이오닉 5의 입지가 더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일본에선 연간 450만여 대의 신차가 팔리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2만1144대로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80만엔(약 83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늘린 만큼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