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상징인 카멜리아(동백꽃) 장식물이 달린 쇼핑백. /연합뉴스
샤넬의 상징인 카멜리아(동백꽃) 장식물이 달린 쇼핑백. /연합뉴스
직장인 박수민 씨(34)는 종종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유명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쇼핑백을 구매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 담아주는 종이 쇼핑백은 어떤 이에겐 쌓아두면 크게 필요없는 애물단지가 되지만 박 씨는 유용하게 활용한다. 박 씨는 종종 미니백을 갖고 다니면서 가방에 다 들어가지 않는 것들은 샤넬 쇼핑백에 넣어 다닌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하면서 명품 종이 쇼핑백의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 빈 가방이지만,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유명 명품의 로고를 사진 배경에 자연스럽게 배치하려는 용도다. 김 씨는 “명품 종이 쇼핑백을 구입하려면 1만~3만원대의 비용이 들지만 그만큼 쓰임이 많다”며 “고가의 명품을 파는 브랜드명이 쓰인 쇼핑백을 드는 것만으로 괜스레 자부심이 들고 집에서도 그냥 두기만해도 장식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종이 박스·옷걸이·슈트커버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4일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을 보면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등 명품 쇼핑백 판매글이 하루에도 수십개 씩 올라온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명의 박스나 쇼핑백을 검색어로 설정하면 나오는 수요글과 판매글을 합한 건수는 3000건에 달한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뿐 아니라 개인 블로그, 오픈마켓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명품 쇼핑백, 유명 명품의 로고가 쓰인 옷걸이나 빈 슈트커버 등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에르메스 종이 포장박스. /한경DB
에르메스 종이 포장박스. /한경DB
이들 사이트에선 에르메스 종이 쇼핑백의 경우 1만~2만원대에 주로 팔린다. 이 밖에 루이비통 버버리 프라다 페라가모 입생로랑 불가리 토리버치 티파니 등의 쇼핑백들이 3000~1만원에 거래된다.

특히 샤넬 디올 등 인기 명품의 경우 최근 매장에서 구매 제품 당 종이 쇼핑백을 1개 씩만 지급하면서 시중에 품귀 현상이 커지고 있다. 샤넬의 상징인 카멜리아(동백꽃) 장식물이 달린 쇼핑백은 크기에 따라 1만5000~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장식품이 없을 경우엔 값이 1만원대 이하로 떨어진다. 옷걸이의 경우 5만~6만원에 내놔도 수요자들이 몰린다. 샤넬 로고가 새겨진 슈트커버는 10만~13만원에 팔린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워낙 제품 판매가 많아 제품을 담아주는 쇼핑백이나 박스 등의 물량이 달린다”며 “포장 박스의 경우 가방과 같이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경우에만 받을 수 있으며 카멜리아 장식품도 제한적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쇼핑백이나 포장 박스 등이 거래되는 이유는 저비용의 일회용 소품 만으로 명품을 사용하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주로 명품 쇼핑백을 사서 들고 다니거나 포장 박스를 사진을 찍을 때 배경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가 대중화되면서 연출과 설정을 통해 자기 과시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명품 쇼핑백과 종이 박스 등이 중고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배경으로 ‘과시형 소비’ 열풍을 지목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의 눈에 조금이라도 더 그럴듯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갑이나 스카프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쇼핑백이나 명품 로고가 찍힌 포장 끈 등을 여러개 요청하는 젊은 고객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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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명품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명품 쇼핑백 수요도 더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명품시장은 1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명품 리셀 시장도 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리셀 시장에서 본인의 명품을 중고로 되팔 때 명품 쇼핑백이나 포장 박스, 옷걸이 등이 있으면 프리미엄(웃돈)을 더 붙여 팔 수 있다. 매장에서 새상품을 받았을 때와 최대한 비슷한 모양새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명품 가방에 수수료를 붙여 되팔아 재테크를 하는 ‘리셀테크(리셀+재테크)’족들이 중고거래 사이트들을 뒤져 대량으로 쇼핑백이나 포장 용품들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