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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추억의 장난감에 지갑 여는 키덜트

아동 장난감 대명사 '레고'
마블·DC·인테리어용 등
성인 겨냥한 제품군 확대
美인형 기업 '바비'도 가세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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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김레고 씨(가명)는 집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갈 때면 다시 아이가 된다. 그는 올초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레고 전용 방을 따로 마련했다. 노랑으로 칠해진 방문에는 레고 로고가 그려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가 수집한 레고가 빼곡히 전시돼 있다. 퇴근 후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레고 계정 ‘광나루레고(gwangnarulego)’에 수집품 사진을 올리는 게 김씨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그는 ‘키덜트(키즈+어덜트)’족이다.
○레고 방까지 마련해 수집
초등학생 때부터 레고를 좋아했던 김씨는 취업 후 첫 월급을 타자마자 레고 가게로 향했다. 그는 “어릴 땐 너무 비싸서 구경만 했던 레고를 내 돈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레고 수집을 시작한 뒤로 22년이 지났다. 보유 중인 수집품 중에는 현재 시세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한정판도 있지만 되팔 생각은 없다고 김씨는 강조했다. 그는 “한정판 레고를 구하기 위해 미국 아마존뿐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등 사이트에서도 해외 직구(직접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즐기고자 어릴 때 좋아했던 장난감과 캐릭터 굿즈를 구입하는 게 키덜트족의 공통된 특징이다. 구매력이 있다는 게 어린이 소비자와 다르다. 부모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어 바로 지갑을 열 수 있다. 이들이 장난감과 굿즈 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장난감 기업은 아예 키덜트족을 겨냥한 제품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레고가 대표적이다. 어린이를 위한 학습 장난감을 표방해온 레고는 최근 들어 마블 시리즈, DC 시리즈, 인테리어용 레고 꽃다발 등 어른을 겨냥한 포트폴리오를 확 늘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 상반기 전 세계 레고 매출은 230억덴마크크로네(약 4조181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국내 레고스토어 매장도 작년 7개에서 올해 15개로 늘었다. 닐스 크리스티안센 레고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포트폴리오 및 신규 고객층 확대가 올 상반기 탁월한 성장을 이뤄낸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월급 받으면 장난감 가게로…레고 전용 방도 만들었죠

○어른 겨냥한 장난감·굿즈 등장
미국의 인형 기업 바비가 지난달 내놓은 한정판 바비 4종도 어른을 위해 나온 장난감이다. 바비는 ‘엘비스 프레슬리 바비’ ‘왈가닥 루시 바비’ ‘1973 레트로 의사 바비’ ‘크리스탈 판타지 컬렉션 한정판’을 선보이면서 수집가용이라고 홍보했다. 1950년대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퐁파두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고, 미국의 코미디쇼 ‘왈가닥 루시’에 등장하는 루시의 모습 등으로 디자인됐다. 국내에는 제품이 30개씩만 들어온 뒤 모두 완판됐다. 키덜트를 겨냥한 액세서리도 인기다. 패션브랜드 크리스탈헤이즈의 ‘노스텔지어 베어’ 시리즈는 ‘하리보 목걸이’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치 곰돌이 젤리처럼 생긴 이 제품은 입고될 때마다 하루 만에 품절된다.
○캐릭터 콜라보 활발
유통업체는 키덜트족을 위한 공간을 구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노원점을 개편하면서 어른을 위한 놀이터인 ‘키덜트 존’을 대거 확대했다. 게임 전문 매장 ‘슈퍼플레이’와 ‘건담 메가샵’, 미니카 전문 매장 ‘타미야’ 등 키덜트족 소비자를 위한 매장이 백화점 메인 구역에 들어섰다. 이곳에 3월 초 입점한 슈퍼플레이는 매일 방문객 5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식품과 패션 기업 사이에서는 키덜트족을 공략하기 위한 콜라보가 활발하다. 패션브랜드 스파오는 지난달 해리포터와 콜라보한 맨투맨 시리즈 ‘스파오×해리포터 뉴 기숙사 컬렉션’을 선보였다. 도미노피자도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등장인물인 ‘잔망 루피’ 캐릭터와 협업한 SNS 이벤트를 하고 있다. 루피가 도미노에서 일하는 모습을 일러스트로 제작해 브랜드를 홍보 중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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