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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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요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급 인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권영수 LG 부회장이 ㈜LG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옮겨가면서 촉발됐다. 권 부회장 후임으로 누가 오는지에 따라 구광모 LG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임 인사에 따라 LG 전 계열사의 경영진 인사 판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내부 관계자들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CEO가 ㈜LG로 자리를 옮기면 후속 인사가 불가피해서다. 권 부회장을 비롯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부회장 3인 체제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카리스마형 vs 참모형

권영수 이동에…LG '도미노 인사' 시작되나
5일 업계에 따르면 LG 내부에서는 권 부회장 자리를 이을 사람에 대한 관측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권 부회장은 전형적인 야전 사업가형 리더로 구 회장을 보좌했다. 전자를 비롯해 화학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LG그룹 전체의 전략을 짜고 중요한 순간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해왔다. 갑작스럽게 경영권을 이어받은 구 회장이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연착륙하는 데 기여한 조력자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동한 만큼 보좌 스타일이 다른 인물이 후임으로 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만 3년을 넘긴 만큼 경영 전면에 더욱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이어지면서다. LG 전체의 경영전략을 짜기보다는 구 회장 옆에서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후보로는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계열사 CEO 인사폭은

만일 계열사 CEO가 ㈜LG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면 인사 후폭풍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새 CEO를 뽑으면서 연쇄 이동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권 사장과 정 사장 모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권 사장은 2019년 12월 LG전자 대표로 취임하면서 상당한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활가전 부문에서 올해 처음으로 미국 월풀을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1위에 오른 데다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사업도 조만간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정 사장 역시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 OLED TV 시장 확대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목표인 800만 대 판매와 연간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조원 달성이 확실시될 만큼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어 정철동 LG이노텍 사장도 자리를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회장 체제에 변화 가능성

3인 부회장 체제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고 구본무 회장 시절엔 권 부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을 비롯해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6인 부회장 체제였다. 하지만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권 부회장과 차 부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영입돼 지금의 3인 부회장 체제가 갖춰졌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맡은 만큼 당분간 활발한 경영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차 부회장은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이 넘긴 했지만 LG생활건강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가고 있어 자리를 대신할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