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수도권에서만 9만여 채의 주택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총 주택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가구 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주택 부족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구 수 증가를 고려한 부동산 공급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30일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세부 항목을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수도권 주택 부족량이 9만839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수도권에서 새롭게 건축된 주택이 21만6816채였는데 수도권 가구 수는 이보다 많은 30만7655가구가 증가한 결과다. 서울은 1만8535채, 전국 기준으로는 19만3000채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지역 전체 가구 수와 주택 수의 차이인 총 주택 부족량은 205만6664채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체 가구 수는 1059만9924가구에 달했지만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수도권 주택은 854만3260채에 그쳤다.

이 같은 주택 공급 부족현상은 지난해 크게 심화된 것이다. 총 주택 부족량은 현재 방식의 주택총조사를 처음 시행한 2015년 208만9653채에서 매년 감소해왔다. 주택 공급이 어느 정도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가구 수 증가를 상쇄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에는 부족량이 각각 197만6853만 채, 196만4164채를 기록해 200만 채 밑으로 내려섰다. 하지만 지난해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부족량이 9만2500채 증가해 다시 200만 채 이상으로 확대됐다.

정부가 주택 공급량을 기준으로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가구 증가폭을 감안한 주택 부족량은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데 공급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택 공급 절벽이 문재인 정부 초기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 건축에 걸리는 시간이 보통 3년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 초기인 2017~2018년 무렵 공급 확대에 신경 쓰지 않고 수요 억제에만 주력했던 정부의 정책 결정이 결국 주택 공급 부족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공급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구 형태가 분화하면서 중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주택 공급은 여전히 대단지·대형 아파트 위주”라며 “소규모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등 수요에 맞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