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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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40년 초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도입을 골자로 한 서민·실수요자 내집 마련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오는 7월부터 만 39세 이하 청년이나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가 40년 만기 고정금리(연 2~3%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7월 1일 대출 신청분부터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청년·신혼부부들은 향후 40년간 최대 3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40년 만기 주담대 '그림의 떡'…패싱당한 무주택 서민들 분통
이 같은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의외로 이번 대책에 분통을 터뜨리는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한 네티즌은 “서울·수도권에 6억원 이하 아파트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는데 이런 대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만 39세 이하 청년이나 신혼부부만 내 집 마련이 필요한 게 아니다”며 “더 다급한 40~50대 무주택자들은 어떡하라는 말이냐”고 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여론의 반발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집값 기준을 6억원 이하로 설정한 데 대해서는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를 억제하려는 정책 취지가 작용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집값 급등으로 가계 부채가 크게 늘면서 증가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라며 “이 과정에서 서민·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핀셋 지원’ 대책을 수립했지만 집값 기준 상향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만 39세로 나이 제한을 둔 것에도 일반적인 청년 기준인 만 34세보다 다소 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년기본법상 청년의 연령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돼 있지만 어느 정도 종잣돈 마련이 가능한 만 39세까지 완화한 것”이라며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만 34~39세 구간에서 혜택을 받는 대상자의 증가폭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40년 만기 상품인 만큼 40~50세까지 대상자를 확대할 경우 이론적으로 90세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런 구조로 설계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도 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줄이면서 동시에 무주택 서민의 주거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은 사실상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주택자들의 분통이 금융당국으로 향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다. 금융당국이 엉터리 부동산 정책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억울하게 비난의 화살을 맞은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