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기업들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바뀌는 이유

인수 후보들 자신감 커져

"전통기업 디지털化 성공땐
기업가치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성장성 부각도

대우건설 인수 경쟁 가열
이스타 본입찰 10여곳 참여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매물들이 갑자기 인기 스타가 됐다.”(한 투자은행(IB)업계 대표)

인수합병(M&A)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대우건설과 이스타항공 등 올초까지만 해도 ‘매각이 되겠느냐’는 의심 섞인 시선을 받던 구조조정성 매물에 인수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디지털화·물류 효율화·관련 사업 추가 등의 방식으로 해당 매물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는 인수후보들의 자신감이 결합된 결과다.
디지털 접목·백신 효과…"대우건설·이스타항공 몸값이 뛴다"

주인 바뀌면서 부실 털어내
14일 본입찰이 실시되는 이스타항공은 올초까지만 해도 인수 후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은 2019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탈락한 뒤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으나 작년 7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포기했다. 1600명 직원들이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고들 했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서울회생법원에서 실시하는 이번 입찰에는 해운사 팬오션을 내세워 ‘모빌리티 왕국’을 꿈꾸는 하림그룹을 비롯해 쌍방울 컨소시엄 등 굵직한 인수후보가 여럿 참여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것도 있지만, 회생 절차를 거치며 채무관계가 정리된 것이 M&A 판이 달라진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스타항공과 비슷한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도 잇달아 JKL파트너스와 JC파트너스 등 외부 투자자 유치에 성공했다.

오는 25일 입찰을 실시하는 대우건설의 사정도 비슷하다. IB업계에선 “매각까지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던 매물이다. 지난해까진 건설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2018년에 호반건설이 사려고 했다가 해외 부실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결국 매각이 무산된 경험도 있다. 그러나 2019년 KDB인베스트먼트로 주인이 바뀌면서 한 차례 부실을 털어냈고, 경기가 호전되면서 판이 바뀌었다. 대우건설의 올 1분기 매출은 1조9389억원, 영업이익은 229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1209억원)보다 89.6% 급증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분기 스카이레이크 프라이빗에쿼티(PE)와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1조8000억원을 제시했을 때 “인수후보들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며 매각을 망설였으나, 이후 중흥건설 한앤컴퍼니 IMM PE 등 쟁쟁한 후보들이 모이자 태도를 바꿨다. 25일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찾는다.

올초까지 두산건설 매각을 추진하던 두산그룹은 최근 투자유치 쪽으로 선회했다. 국내 PEF 소시어스PE로부터 투자받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회사 좀 사달라”고 읍소하던 ‘을’ 입장에서 “우리 회사에 얼마나 투자할 의향이 있나”를 묻는 ‘갑’ 입장으로 확 바뀐 셈이다.
숨겨진 가치의 재발견
기업들이 공격적인 M&A에 나서게 된 또 다른 배경은 디지털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합해 매물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 이다.

조선업종 중 유일하게 채권단 손에 남아 있는 대한조선의 경우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목적으로 인수를 노리는 곳이 여럿 있다. 종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이 ESG 붐을 타고 발견된 셈이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한 PEF 대표는 “전통기업 중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일수록 기존의 업무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많다”며 “디지털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실탄을 아껴뒀던 투자자들이 올해 주머니를 연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른 PEF 관계자는 “더 이상 투자를 미룰 수만도 없고 이미 조성해놓은 펀드의 자금도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구조조정 매물은 싸게 사서 정상화한 뒤 비싸게 팔 수 있는 매력적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민지혜/이상은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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