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현 백패커 전략·마케팅총괄 이사 / 사진=백패커
임승현 백패커 전략·마케팅총괄 이사 / 사진=백패커
경북 칠곡에서 자신의 아이를 위해 배도라지 청을 만들다가 연 매출 15억원 규모로 급성장한 ‘규린이네 수제과일청’의 강윤은 씨.

정성들여 만든 천연화장품이 팔리지 않아 고민하다가 온라인 판매로 성공의 기반을 마련한 ‘술람미 네이처’의 민명선 씨와 민 씨의 딸 김혜경 씨.

이들의 성공은 핸드메이드 플랫폼 아이디어스가 뒷받침했다. 아이디어스는 손으로 액세서리, 뷰티, 인테리어, 디저트 등을 만드는 ‘작가’를 발굴하고 양성해 그들이 만든 수공예 작품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해 2019년 입점 작가 1만명을, 지난해 2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입점 작가 2만2000명, 누적 거래액 5000억원을 기록중이다.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의 임승현 전략·마케팅총괄 이사는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아는 팬(고객)들이 작가와 소통하고 자신이 응원하는 작가를 후원할 수 있다”며 “누적 후원금이 1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스엔 팔로워 수가 5만명을 넘는 작가도 있다. ‘팬덤 마케팅’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상황 1 쇼핑은 싸게 빨리 편리하게(?)
도전 1 발견의 즐거움이 있는 쇼핑

최저가 검색과 새벽 배송의 시대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최저가 검색을 해서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아볼 수 있다.

아이디어스는 이런 시대와 정반대다.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고 배송도 늦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수공예 작품이라 특별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마음과 정성을 담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아이디어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임승현 이사는 “쇼핑을 목적형 쇼핑과 발견형 쇼핑으로 구분할 때 아이디어스는 발견형 쇼핑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목적형 쇼핑은 원하는 것을 싸고 최대한 빨리 편리하게 구매하는 것을 가리킨다. 발견형 쇼핑은 독특한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통해 쇼핑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임 이사는 “목적형 쇼핑이 주류인 아마존이나 쿠팡에서는 자사 PB 제품을 노출하거나 동일한 제품이라면 가격이 싼 제품, 혹은 셀러들이 광고를 건 제품을 노출하는 형태로 매출과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아이디어스는 여러가지 알고리즘을 통해 최대한 다양한 작가님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노출하는 방식이라서 고객들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발견의 즐거움은 고객 충성도로 연결되고 있다. 올 1월 자체 조사 결과 NPS(고객 순 추천지수)가 63점을 기록했다. 임 이사는 “이는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최고의 고객 충성도를 지닌 기업들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상황 2 마케팅을 모르는 작가들
도전 2 작가를 스타로 키우자

아이디어스는 작가를 동반성장해야 할 파트너로 여긴다.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판매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입점한 작가들에게 작품 촬영 및 홍보 교육과 각종 컨설팅을 지원한다. 심리 상담과 건강검진도 제공한다.

임 이사는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데만 열중하던 분들이라서 마케팅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쿠팡 셀러들이 ‘선수’라면 아이디어스 작가분들은 아마추어라서 이런 교육과 지원을 매우 반긴다”고 말했다.

막대한 홍보 비용도 작가 지원에 쓰인다. 지난해 홍보 비용 300억원의 대부분을 빅 모델을 기용해서 아이디어스 TV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의 작품을 광고하는데 사용했다.

임 이사는 “아이디어스에 비해 거래액이 훨씬 많은 마켓컬리, 오늘의 집 같은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과 비슷한 수준의 광고비를 사용했다”며 “작가님들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원은 작가들의 월 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어스 작가 중 상위 30%는 월 수입이 1200만원이고, 상위 5%는 19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공예인 평균 월 수입 97만원의 10배, 20배에 해당한다.

핸드메이드 플랫폼 ‘팬덤 마케팅’

상황 3 핸드메이드 시장 커진다
도전 3 생태계와 문화 만든다

아이디어스의 목표는 핸드메이드 생태계를 구축하고 핸드메이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날수록 개인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핸드메이드 시장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핸드메이드 생태계 구축과 문화 창조를 위해 아이디어스 스토어, 아이디어스 테이블, 작가 스토어, 크래프트 랩, 온라인 클래스 등을 마련했다.

오프라인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경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아이디어스 스토어는 인사동, 수지, 구로 등 세 곳에서 운영중이다. 작가 3000여명의 작품 5만개가 입점돼 있다.

아이디어스 테이블은 작가들의 수제 먹거리, 전통주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이닝 펍이다. 매장 내 모든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도 작가들의 작품이다.

작가 스토어는 자체 물류센터 운영 등을 통해 유통 마진을 획기적으로 줄여 작가들에게 원부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한다. 공유 공방인 크래프트 랩에선 작가들이 저렴하게 공방(작업실)을 대여하고 비싼 장비를 시간 단위로 빌려 쓸 수 있다.

온라인 클래스에선 작가들이 자신의 수공예 기술을 교육한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아이디어스는 입점 작가들을 스타로 만들어 그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팬덤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매주 메인 배너에 작가의 사연이나 브랜드 스토리를 소개해 팬덤 형성을 적극 지원한다.

임승현 이사는 “어떤 작가는 자신의 딸 결혼식을 기념해 모든 고객에게 50%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다른 작가는 본인 생일을 맞아 30% 할인 쿠폰을 내놓는다”며 “그럴 때마다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팬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 이사는 “한국 수공예의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작가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해외에서도 팬덤이 형성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팬덤 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많이 등장할 것을 기대하게 된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시장에는 좋은 제품들이 넘쳐난다. 웬만큼 특별해서는 소비자의 눈길조차 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한 신생 기업 입장에서 기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때 의외로 효과적이면서 현실적인 방법은 기존의 리더와 ‘처음부터’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1등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어설프게 노력하기 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아예 처음부터 특별한 제품만 판매하는 ‘다른 기업’이 되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김치냉장고 ‘딤채’ 사례가 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냉장고 시장의 압도적인 리더들이 존재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저 또 다른 냉장고에 불과할 가능성이 컸다. 이때 딤채는 더 좋은 냉장고가 아닌 ‘김치냉장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작은 시장에서 리더가 되는 전략을 선택했다. 덕분에 딤채 브랜드는 성공적으로 냉장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미 시장에는 쿠팡, 11번가, G마켓과 같은 압도적인 쇼핑몰 리더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좋은 쇼핑몰을 만들어도 기존의 공룡 기업들과 싸워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 아이디어스는 마치 딤채가 김치냉장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던 것처럼, ‘핸드메이드 전문’이라는 새로운 쇼핑몰 카테고리를 만들어 핸드메이드를 좋아하는 특정 고객 그룹에만 집중하였다. 그리고 ‘작지만 새로운 시장’에서 리더가 되었다.

마케팅에서는 이와 같은 전략을 틈새마케팅(Niche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틈새마케팅은 다양한 세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하나의 작은 시장만을 선정하고, 그곳에 기업의 자원을 모두 집중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Etsy(엣시)라는 핸드메이드 전문 쇼핑몰이 크게 성공한 바 있고, 2015년 나스닥에 상장되어 현재 약 21조원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비싸더라도 특별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양말을 선호하는 소비자만을 타깃팅한 양말 브랜드 Stance(스탠스) 역시 대표적인 틈새마케팅 성공 사례이다.

단, 틈새마케팅의 경우 하나의 작은 시장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의 트렌드와 고객 니즈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틈새마케팅 전략이 성공할수록 시장의 매력도가 상승하여 역설적으로 더 이상 틈새 시장이 아닌 상황이 오게 된다. 따라서 틈새시장 마케터들은 향후 대기업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 경우 자사의 차별적 매력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또 다른 틈새 시장으로 자사의 브랜드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팬덤은 ‘열광적인 사람(fanatic)’과 나라·집단을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다. 열광적인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뜻이다. 특정 인물과 대상에 대해 열광적인 호의를 갖고 소비하거나 탐구하는 사람들을 가리킬 때 쓰인다.

가수, 배우, 프로선수 등 인기 스타나, 그들이 몸담고 있는 음악, 드라마, 영화, 스포츠 같은 장르를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된다. 정치인 팬덤도 있다.

같은 인물이나 대상의 팬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이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함께 여러 활동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감정의 전염’이 발생한다. 동일한 인물이나 대상에 대해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다수 속에서 집단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으로 느끼게 된다. 이런 감정이 ‘누구의’ 혹은 ‘무엇의’ 팬이라는 정체성을 더 강화시켜 팬덤을 유지하고 확대시킨다.

대량생산되는 일반 제품과 달리 수공예 작품들에선 팬덤이 중요하다. 핸드메이드의 특성상, 소비자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한다. 소비자가 수공예작품 구매의사결정에서 만드는 사람과 그의 진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디어스가 팬덤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인 것은 적절한 선택이다. 작가를 스타로 만들고 그 스타에 열광하는 마니아 소비자들이 팬덤을 형성하도록 유도한 점이 그렇다.

아이디어스와 작가들 입장에서 마니아 소비자들은 소중한 팬들이자 VIP 고객이다. 그런데 마케팅 측면에서는 마니아 소비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소비자들이다. 왜냐하면 마니아 소비자들은 각자의 취향이 분명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 조그만 품질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마니아 소비자가 작가와 작품에 실망하게 되면 일반 소비자에 비해 훨씬 강력한 안티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 소비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마니아 소비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오랜 시간동안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SNS 등을 통해 불만을 널리 퍼뜨릴 수 있다.

그래서 마니아 소비자들, 즉 팬덤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팬덤을 할인혜택만 주면 넙죽 구매하는 ‘쉬운 소비자’로 판단해선 안 된다. VIP 고객이란 점을 인식시켜주면서 지속적인 관계 맺음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스의 경우 작가와 팬덤이 주체와 객체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함께 가치를 만들고 공유하는 방식을 추구해볼만하다.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하나로 ‘작가와의 만남’같은 이벤트를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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