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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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이하 SPV)가 24일부터 AA~BB 등급의 회사채를 사들인다. SPV는 매입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다음주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으로부터 3조원 규모의 대출금과 출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A·BBB등급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7일 관계부처와 한국은행은 SPV가 다음주에 3조원을 조달해 24일부터 회사채와 CP 매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SPV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4일 공식 출범했다.

SPV는 다음주에 한은의 선순위 대출금 1조7800억원, 산업은행의 출자금 1조원, 후순위 대출금 2200억원 등 총 3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다음주 중으로 SPV에 1조7800원을 선순위 방식으로 대출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대출 만기는 1년이며, 담보는 SPV가 사들인 채권을 비롯한 전체 자산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연 0.5%)에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얹어 결정하기로 했다.

SPV는 이 자금을 재원을 삼아 오는 24일부터 회사채와 CP를 매입한다. 매입 기간은 내년 1월13일까지다. 산은이 지난 5월부터 시장안정 차원에서 선매입한 저신용 회사채·CP 3000억원어치부터 우선 사들이기로 했다.
한은·산은, 3조원 투입…저신용 회사채·CP 매입기구 24일 가동
SPV 매입대상은 AA~BB등급 회사채와 A2, A3등급 CP·단기사채다. 매입대상 비중을 AA 30%, A등급 55%, BBB등급 이하 15%로 나눴다. BB등급은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추락천사(fallen angel)’ 기업으로 범위를 좁혔다. 이 같은 등급 가운데 2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00%를 웃도는 기업이 발행한 만기 3년 이내 채권이다. 우량 회사채는 수요예측시스템을 통해 매입하고, 비우량 회사채는 시장 미매각 물량을 사들이기로 했다.

여신전문회사를 제외한 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매입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증권사 등이 발행하는 PF-ABCP도 인수대상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투자대상 선별과 투자 등 업무는 산은이 주도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SPV의 채권 매입가격은 시장의 투자수요를 구축하지 않고 기업들의 시장조달 노력을 유도하도록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적정 금리수준으로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PV는 앞서 총 10조원 규모로 설립되며 한은은 여기에 8조원 규모를 선순위 대출 방식으로 투입하고, 산업은행이 나머지 2조원(출자 1조원, 후순위 대출 1조원) 을 대기로 출자하기로 했다. 한은은 대출금 8조원을 4차례로 나눠 SPV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에 첫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한은 대출금에 선순위 지위를 부여한 것은 중앙은행의 손실 최소화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SPV가 인수한 회사채의 부도로 손실을 입을 경우 산은 출자금(1조원), 후순위 대출(1조원), 선순위 대출(8조원) 순서대로 손실을 반영한다. 특정기업에 지원금이 몰리지 않도록 기업당 회사채 매입 한도를 2000억~3000억원으로 설정했다.

SPV 운영과 투자대상을 담당하는 투자관리위원회는 산은 부행장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은, 산은 등이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등 5명으로 구성된다. 한은 측 민간전문가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맡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