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가 29일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인 이날에야 최초안을 공개하는 터라 올해도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는 노사 간 이견은 물론 노동계 안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어 작년보다 더한 ‘파행’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3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간다. 3차 회의에선 노동계와 경영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지난 24일 2차 회의 때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다음 회의까지 각계 요구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시급 1만원 안팎의 금액을, 경영계는 동결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저임금은 8590원이다.

일각에선 3차 회의 때 노동계 요구안이 제시되지 못하리란 관측도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9명)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5명)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4명)의 의견이 엇갈려서다. 민주노총은 18일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5.4% 오른 1만770원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25일 “경제위기 상황이라 1만원 이하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협상 관행을 깬 것에 대해서도 불쾌해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 사전에 의견을 조율한 뒤 노동계의 요구안을 하나로 통일해 제시하는 게 관례인데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요구안만 먼저 발표해버렸기 때문이다.

경영계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동결을, 소상공인연합회는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도 의견을 조율한 뒤 단일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동결로 통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노동계·경영계의 최저임금 요구안이 나오면 이후 매주 2~3회 전원회의를 열어 양측의 의견차를 좁혀나가게 된다. 고용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기한은 8월 5일이다. 이의 신청 등 행정절차에 약 20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15일 정도까지는 합의를 마쳐야 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