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미래학자와 경영학자들이 최근 쏟아내는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이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잦은 생산 차질을 겪었다. 예컨대 3월 초부터 4월 둘째주까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의 해외 공장 조업 중단 일수는 총 323일이다. 사흘에 한 번꼴로 공장이 멈춰선 셈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이 생긴 영향이 컸다.
BC에서 AC로 바뀌는 제조업의 미래, 셧다운 없는 無人공장…'저스트인타임' 폐기
대안으로 떠오른 게 스마트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은 제품 생산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기업의 생산성, 품질 등을 향상시키는 첨단 지능형 공장을 말한다. 궁극적으론 ‘무인화 공장’이 스마트공장의 최종 단계로 꼽힌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공장의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S는 코로나19 이후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스마트공장 확산’을 제시하기도 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5G와 AI,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이 빠르게 공장에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에 대한 ‘원격 컨트롤’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급망(서플라이체인)의 디지털화가 촉진될 것이란 얘기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핵심 자원을 국내에 두고 해외 생산기지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국 배재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공급망에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되면서 물류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곳에 빠르게 물건을 공급하는 게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며 “‘집콕 이코노미’로 불리는 비대면 접촉이 확산되면서 공급망에 AI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고 관리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재고는 곧 폐기물’로 여겨지던 트렌드가 코로나19에 따른 부품 공급 대란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제조업체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던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즉 재고를 하루치 이하로 최소화하면서 생산하는 시스템을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소재 공급처 다변화와 함께 재고를 많이 쌓아놓고 가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예컨대 지금까지 20%를 재고로 두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30~40% 정도로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이 맞닥뜨릴 장애물도 적지 않다. 증가하는 재고비용과 물류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산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답으로는 기술이 꼽힌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공급망관리(SCM)를 고도화하고 세계 부품 공급사 등과 데이터 공유라인을 구축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