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23일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달러를 무한정 찍어 국채 등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의 대책에는 빠져 있던 회사채 매입에도 본격 나서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와 금융시장이 마비될 조짐을 보이자 사상 초유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Fed는 이날 미 국채와 준정부기관이 발행한 주택담보증권(MBS),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CMBS)을 제한 없이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Fed는 이제까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하고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와 1조달러 규모의 기업어음(CP) 매입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주가가 폭락하고 투기등급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하자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7년간 6조7500억달러의 양적완화를 시행했지만 이번엔 그 한도를 없앴다. Fed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가계, 기업, 미국 경제를 돕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ed의 전례 없는 대책에도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1%대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미 행정부의 2조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이 전날 상원에서 불발된 영향을 받았다. 월가는 Fed의 이번 발표가 없었으면 폭락이 이어졌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0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달러당 1266원50전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83.69포인트(5.34%) 내린 1482.46에 마감했다. 증시에선 장이 시작되자마자 주가가 급락해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Fed의 이번 발표로 향후 한국 금융시장이 불안감을 덜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심은지/김익환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