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쪼그라들고 명목 경제성장률도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국민의 소득을 불려 소비·투자를 촉진하는 내용의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 소득지표와 체감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상당한 만큼 올해 체감경기가 작년보다 나빠질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체감 성장률' 1%대 추락…외환위기 이후 최악
정부주도성장에 2.0% 턱걸이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지난해 국민소득 잠정치를 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047달러로 전년 대비 4.1% 줄었다. 2015년 후 4년 만에 감소세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3달러로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2017년 ‘3만달러 시대’를 열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축했다. 3만달러를 돌파한 2017년(3만1734달러)에 이어 2018년(3만3434달러)까지 빠르게 늘던 국민소득 증가세는 지난해 제동이 걸렸다.

원화가치가 하락한 데 이어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여파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844조489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0% 늘었다. 성장률 기여도는 정부가 1.5%포인트, 민간이 0.5%포인트였다. 정부의 성장률 기여도가 민간을 앞지른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민간활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지난해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3년(1.7%) 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설비투자는 7.7% 감소하며 2009년(-8.1%) 후 1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를 나타냈다.

국민소득 올해도 뒷걸음질치나

명목 GDP는 1913조963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1% 증가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0.9%) 후 최저 증가율이다. 실질 GDP는 기준연도인 2015년 상품·서비스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반면 명목GDP는 현재 실생활 물가를 그대로 반영해 산출한다. 체감경기에 더 가까운 명목GDP 증가율(명목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의미는 그만큼 가계 소득과 기업 영업이익이 덜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명목 성장률이 저조한 것은 실질 성장률이 낮은 가운데 물가(GDP 디플레이터)마저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민 경제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0.9% 떨어졌다. 1999년(-1.2%) 후 가장 낮은 수치로 반도체 수출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충격이 확산되고 있어 올해 1인당 국민소득과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유력한 데다 올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춘 외국계 투자은행이 늘고 있다. 정부도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국내 경제 성장률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0.2%포인트 정도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 견해”라고 말했다.

최근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들어 이날까지 하루평균 원·달러 환율은 작년 평균 환율보다 1.3% 올랐다(원화가치 하락). 박성빈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고 관광객이 줄고, 운수·항공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수출은 선방하고 있지만 내수부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