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복지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한국은 많이 부족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주요 인사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지나치게 복지를 늘린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유럽 국가들의 복지 사례를 들며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프랑스 핀란드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청년 지원제도에 비하면 한국 정부와 지자체들의 청년 현금 복지가 오히려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도입하며 벤치마킹했다는 프랑스의 ‘청년보장제도’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가계 소득 상위 25%를 뺀 모든 대상자에게 청년수당을 준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관련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엄격하다.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최저임금 대비 80% 이하를 받는 경우에 한한다. 월 수입 상한선은 470.95유로(약 60만원)에 그친다. 한국으로 치면 기초생활수급자 정도에 해당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이 취약계층 청년에 한정된 만큼 지원금액은 더 많다. 월 488유로(약 62만원)로 서울시 청년수당의 두 배 수준이다.

이마저도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지원을 받으려면 프랑스 각지에 있는 청년센터(마시옹 로칼)에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여기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이 프로그램을 거쳐 실제로 민간 기업에 인턴으로 채용됐는지 여부에 따라 수당 지급 기간과 금액이 다양해진다. 참여 빈도 등이 부족하면 지급이 중단되기도 한다. 반면 서울시 청년수당은 구직활동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 외에 별다른 감독을 받지 않는다.

핀란드는 취업교육에 한해서만 비용이 지원된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직업을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등록하면 실무연수와 학습 공간 마련을 위한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구직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사실상 생활비 지원인 서울시 청년수당과 구분된다. 핀란드도 서울시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2년 만에 중단했다. 만 25~48세 실직자 2000명을 선정해 매달 560유로(약 73만원)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핀란드 정부는 지원을 중단하며 “삶의 질은 높아졌지만 취업·창업 관련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