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수익 줄어들 것…수신금리는 시장 상황 보며 조정"
희망퇴직 예년 수준…채용 확대 의지도

국내 5대 시중 은행장들은 내년 경영 화두로 '고객'과 '신뢰'를 꼽았다.

원금 손실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고 완전판매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은행장 전망] 내년 화두는 고객·신뢰…외형보다 관리(종합)
◇ 내년 중점 과제는 '고객 신뢰 강화' 한목소리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장은 22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내년 3대 중점 추진 과제의 하나로 모두 고객 신뢰 강화를 꼽았다.

올해 은행권 최대 이슈였던 DLF 사태의 여파로 해석된다.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건전성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디지털 혁신도 여전히 주요 과제였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신뢰·혁신·효율'을 경영목표로 삼겠다"며 고객 신뢰 강화, 은행 전반 영업체계 혁신, 경영효율 극대화를 제시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협업, 신사업 육성 ▲디지털과 글로벌 혁신 가속화 ▲손님(고객) 중심의 영업문화 혁신을 들었다.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고객(소비자) 중심 영업'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허인 행장은 대면 채널의 경쟁력 강화·영업점 운영모델 혁신, 차세대 전산('The K 프로젝트') 시스템 시행도 과제로 거론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위기 대응 시나리오 경영체계를 수립하고 리스크 관리 모델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디지털화를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수익 구조 다변화, 촘촘한 위험관리체계 구축 계획을 함께 밝혔다.

[은행장 전망] 내년 화두는 고객·신뢰…외형보다 관리(종합)
◇ "순이자마진 더 줄어들 것"…"수신금리 인하는 시장 상황 보면서"
은행장들은 모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순이자마진(NIM)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허인 행장은 내년 NIM이 0.1%포인트 이상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허 행장은 "유가증권 운용, 외화자산 확대를 통해 이익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금리 리스크도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IM 하락 전망에 따라 은행들은 외형 성장보다 내실 관리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지성규 행장은 "대출 위주의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률 비용 관리를 통한 NIM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고, 진옥동 행장은 "외형 성장을 평년 대비 낮은 수준으로 수립하고 성장보다 관리에 집중해 NIM 하락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태승 행장은 "부실채권을 감축해 운용 수익률을 개선하고, 수시입출식 예금이 증가하는 경향을 최대한 활용해 조달구조 개선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이후 두 달 이상 지난 시점이지만, 수신금리 인하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미 수신금리를 내린 농협은행을 제외한 4곳 모두 "시장금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조정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장 전망] 내년 화두는 고객·신뢰…외형보다 관리(종합)
◇ "고객 수익률 높이겠다"…직원평가·상품 판매 재정비
DLF 사태를 두고서는 한목소리로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일부 은행은 고객 수익률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도 추가로 밝혔다.

우리은행은 PB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PB 고객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디지털과 연계해 맞춤형 자산관리를 대중화할 계획이다.

직원 평가에서 고객 수익률 배점도 대폭 강화한다.

영업점의 경우 기존 20점에서 100점으로, 전담 인력은 20점에서 200점으로 늘린다.

또 고객 수익률 평가 대상에 퇴직연금을 추가하고, 고객 투자 성향별 포트폴리오 구성도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내년 1월에 '손님투자'분석센터'를 신설해 고객 자산관리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투자상품 리콜' 서비스를 도입한다.

고객에게 판매한 투자상품이 불완전판매로 판단될 경우 원금을 배상해주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판매 자격 등급제'를 도입한다.

투자상품 판매 자격을 보유했더라도 일정 수준의 연수를 수료하거나 별도 자산관리 자격을 가진 직원만 고위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장 전망] 내년 화두는 고객·신뢰…외형보다 관리(종합)
◇ 희망퇴직 예년 수준…우리·하나·농협, 채용 확대 의지
시중은행들은 대체로 연말 연초에 직원 희망퇴직을 진행해왔다.

우리·하나·농협은행은 올 연말에 이미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에선 370명이 이달 말 회사를 나간다.

진옥동 행장은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했던 것과 동일하게 제한적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신입 행원 채용 계획은 아직 검토 단계다.

일부 은행장은 채용 규모 확대와 방식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다.

진옥동 행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채용방식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자 한다"고 했고, 이대훈 행장은 "IT, 디지털 부문의 인재를 더 많이 채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손태승·지성규·이대훈 행장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오픈뱅킹 시행과 제3 인터넷은행 등장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손태승 행장은 인터넷은행에 대해 "총자산이 성장하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개인 신용대출 중심의 여신 구조와 자본력·건전성 관리 등에서 일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손 행장은 "제3인터넷은행 역시 1차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의 시장 영향보다는 미흡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