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취업자 30만명 늘었지만
3040 정규직 일자리는 급감
건설현장·배달 알바로 전락
< 붐비는 실업급여 창구 > 실직자들이 서울 장교동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한경DB

< 붐비는 실업급여 창구 > 실직자들이 서울 장교동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한경DB

지난 2년간 전체 취업자가 30만 명 늘었지만 주 40시간 이상 근로자는 87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85%(74만 명)는 ‘경제의 허리’인 30~40대였다. 30~40대 경제활동인구(1235만 명)의 6%에 이르는 ‘풀타임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단기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노인, 청년 대상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동안 최저임금 인상, 제조업 침체 등의 영향으로 30~40대는 ‘질 좋은 일자리’를 잃고 저임금 아르바이트 직종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40대 74만명 직장 잃고 알바 뛴다…흔들리는 '경제 허리'

4일 통계청 고용동향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1857만7907명으로 집계됐다. 2년 전보다 86만9038명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풀타임 일자리 기준을 주 40시간 근로로 정하고 관련 통계를 내놓는다.

40시간 이상 근로자 감소는 30~40대에 집중됐다. 30대가 25만2806명, 40대는 48만2236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30~40대의 20시간 이하 일자리는 15만 개 증가했다. 온라인 구직업체 관계자는 “제조업 일자리에서 밀려난 3040들이 수개월간 실업급여를 받고 지내다가 배달업 건설업 등의 단기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30~40대 풀타임 일자리는 노동생산성이 가장 높고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커 경제의 핵심 동력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4대보험 부담 증가, 제조업 불황 등의 영향으로 이들 일자리가 대거 위축되면서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불황에 떠도는 3040
"월급 절반이지만 배달 말고 할일 없어"

週40시간 이상 근로 30~40대 2년간 74만명 줄어


“배달 일을 하면서 버는 돈이 이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수입도 적고 위험하지만 이 일도 간신히 찾은 거예요.”

경북 경산의 한 배달대행사무소에서 일하는 박모씨(44)는 지난해 몸담았던 중소 제조업체가 폐업한 뒤 실직자가 됐다. 처음엔 인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다른 정규직 직장을 알아보려 했지만 고용시장은 박씨 생각보다 훨씬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물류업부터 공장까지 아르바이트 지원을 수백 번도 넘게 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며 “함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고 토로했다.

일자리를 찾는 사이 그동안 모아둔 돈은 바닥났다. 가족과 10여 년간 살아온 아파트 전셋집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작은 월세방으로 옮겼다. 결국 박씨는 몰아본 적도 없는 오토바이에 올랐다. 이륜차 면허를 따고 오토바이를 한 대 구입했다. 그는 배달대행사무소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통사정해 간신히 일반 배달부 월급의 60% 수준을 받는 ‘수습 배달부’가 될 수 있었다.
30·40대 74만명 직장 잃고 알바 뛴다…흔들리는 '경제 허리'

심화되는 3040 ‘아르바이트 구직 전쟁’

박씨처럼 정규직 일자리를 잃고 ‘아르바이트 구직 전쟁’에 뛰어드는 30~40대가 급증하고 있다. 4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입사지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10월 30대와 40대 아르바이트 입사지원자 수는 2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63배, 3.61배로 불어났다. 전체 입사지원자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2.3%에서 25.4%로 10% 넘게 증가했다.

제조업 일자리에 종사하다 구조조정 등으로 퇴직한 뒤 동종 업계에서 일자리를 찾는 30~40대가 많았다. 구인구직 사이트 벼룩시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전체 구직자 중 생산·기술직 업종 취업을 원하는 비중은 31%로 모든 업종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제조업종 재취업에 실패했다. 구직자 수는 많은데 전체 공고에서 생산·기술직 구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해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어 생산·기술직 구인공고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구인공고가 가장 많이 올라온 업종은 운전·배달직(39%)이었다. 배달 및 대리운전 앱(응용프로그램) 대중화 덕분에 전 업종 중 유일하게 구인 건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업종에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30~40대가 늘면서 ‘맞벌이 알바’ 지원자가 급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벼룩시장 관계자는 “올해 배달직종 아르바이트 지원자 중 30~40대 여성 비중이 지난해보다 4%포인트 늘었다”며 “남편이 제조업 정규직 일자리 대신 배달이나 운전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면서 수입이 줄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구직에 나선 주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0~40대 무너지면 경제 전체에 타격”

‘경제 허리’인 30~40대는 정작 고용시장에서 가장 인기 없는 연령대다. 20대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고 직무를 빨리 습득해 비교적 시장 수요가 많다. 50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가 늘어난 사회복지업종에서 선호하고, 60대 이상은 단기 일자리 등 정부의 ‘집중 지원’을 받는다. 그나마 제조업종이 30~40대 인력 수요를 떠받치고 있었지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이조차 사라졌다. ‘질 좋은 일자리’에서 밀려난 30~40대 중 대부분이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 30~40대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0~40대는 자식을 길러내면서 은퇴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세대”라며 “이들의 소득 감소는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경제 활력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30~40대 고용 악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데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한정된 예산을 노인 일자리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계층의 일자리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반시장적인 정책들을 과감히 폐기하고 규제 혁파,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해 민간 영역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노유정/노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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