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간담회…"국민 신뢰받는 기업 되도록 노력하겠다"
'청바지·라운드티' 40대 총수 "올드패션, 젊게 바꾸겠다"
[일문일답] 조원태 "국내 좁은 항공시장서 9개사 경쟁…오래 못 가"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은 19일(현지시간) 국내 항공업계에 대해 너무 많은 항공사가 경쟁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특파원단 간담회를 열어 "대한민국의 항공사가 9개인데, 미국도 9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제일 작은 항공사도 대한항공보다 몇 배 크다"면서 "(국내 항공시장 구조가) 소비자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절대로 오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4월 별세한 선친 고(故)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대신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 플리트상'을 받기 위해 뉴욕을 찾았다.

그는 한진그룹 일가의 이른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사건과 관련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면서 "국민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바지와 라운드티 차림의 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보수적이고 올드패션"이라며 '임직원 복장 자율화'부터 시작해 기업문화를 젊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일문일답] 조원태 "국내 좁은 항공시장서 9개사 경쟁…오래 못 가"
-- 한진그룹 수장으로서의 비전은.
▲ 할아버지께서 창업할 때부터 지켰던 신념 같은데, 운송 하나에만 집중해서 그 부분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주축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벌리고 싶은 생각은 없고 정리할 부문은 조금 있을 것 같다.

-- 몇 달 간 그룹을 이끌어본 소회는.
▲ 한진그룹이 보수적이고 올드패션이다.

직원과의 소통 등 조금 더 젊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임원 회의에는 종이 한 장 들고 오지 말도록 했다.

프리토킹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나온다.

-- 몇 년간 국민들에 실망을 안긴 일들이 많았는데.
▲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동일한 지분을 상속받고 모친도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을 둘러싼 각종 갈등설이 있는데.
▲ 절대 그렇지 않다.

상속 지분은 법정 비율대로 나눈 것이다.

선친의 건강이 올해 1월부터 의사소통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급격히 나빠졌다.

유언장 같은 것은 없었다.

선친이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하셨다.

결과적으로는 가족 간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함께 합의했다.

아직은 외부 방어부터 해야 한다.

또 경제가 어렵다 보니 대한항공 실적도 어렵다.

이런 것부터 극복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 안정적인 경영권 지분 확보가 과제인데. 델타항공이 우호지분인가.

▲ 자본금 등에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 전체적으로 고치기 전에는 항상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델타항공은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영권 참여 목적은 전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 상속세는 어떻게 해결할 예정인가.

▲ 매우 어렵다.

1차분까지는 어떻게 메워서 납부했는데…, 저는 소득이 있지만 다른 사람은 소득도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
[일문일답] 조원태 "국내 좁은 항공시장서 9개사 경쟁…오래 못 가"
-- 긴축경영에 나선다는 관측이 있는데, 사업 구조조정 계획은.
▲ 연말 이내 할 예정이다.

조만간 발표된다.

비용구조를 들여다봤는데 상당히 높다.

그 부분을 관리하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은) 딱히 생각해본 것은 없는데 이익이 나지 않으면 버릴 것이다.

-- 항공산업 전반이 어렵다는 평가인데 내년 경영 목표는.
▲ 내년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관계가 쉽게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 성수기를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당장 비용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

할 부분이 많이 있고, 가능성이 많이 있다.

그리고서 영업력을 강화하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할 생각이다.

--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데.
▲ 효과가 컸다.

가능하다면 델타항공 외에도 조인트벤처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 쪽과 조인트벤처를 하고 싶은데 제약이 있다.

-- 대한항공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은.
▲ 항공 업계는 경제지표보다 6개월 정도 선행한다.

실적 턴어라운드는 내후년 초나 돼야 가능할 것 같다.

-- 국내 항공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 일단 구조조정이 조금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항공사가 9개인데, 미국도 9개다.

미국의 제일 작은 항공사도 대한항공보다 몇 배 크다.

소비자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절대로 오래갈 수 없다.

-- 대한항공도 '보잉 737맥스' 기종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보잉 사태를 어떻게 보나.

▲ 보잉이 에어버스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737맥스를 무리하게 개발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보잉은 하루 이틀 비행기를 만든 회사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잉을 믿고 있고,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본다.

보잉이 관련 소프트웨어를 고치기 전에는 절대로 가져오지 않는다.

다만 미연방항공청(FAA)이 안전승인을 하면 우리 국토해양부가 신중하게 승인할 텐데, 그러면 곧바로 운행할 예정이다.

--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영향은.
▲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기존의 경쟁 구도가 그대로 갈 것 같다.

경쟁이 더 심해지긴 할 것이다.

(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가 좋아질 테니 우리도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