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울원자력본부의 신고리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의 신고리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운영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비단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때문이 아닙니다. 환경·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간섭과 개입이 도를 넘고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울산시 의회는 최근 ‘울산시 원자력시설 안전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이 조례는 원자력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조사·검증을 하기 위해 시민·전문가 등으로 안전성 검증단을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원전 가동 중단이 발생하거나 공극, 철판부식 등이 발견됐을 때 ‘외부인’들이 직접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이죠. 민간 검증단 활동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한수원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조례 통과 직후 민간 검증단이 꾸려졌습니다. 울산시 울주군 의원이 검증단장을 맡고, 민간인 18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출범했지요. 환경단체 활동가와 대학 교수, 지역 시민 등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원전이 1급 국가보안시설이란 겁니다.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요. 또 원전 사고 등에 대한 조사 권한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독립기구인 대통령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갖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울산시 의회 견해와 달리 울산시가 ‘조례에 대한 재의’를 요청한 이유입니다.

민간 조사단은 발끈했습니다. 조사단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시민들이 직접 안전을 점검하겠다는 취지였다”며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에선 민관 합동조사단이 활동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빛 원전처럼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와 함께 민관 조사단을 공동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궁극적으로 민간 조사단의 감시 활동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회를 대상으로 원자력안전법 개정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지요.

전문가들은 울산시 의회 및 민간 조사단의 원전 직접 감시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민간인들이 원전 설비 및 운영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데다 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민간 조사단은 어설픈 지식으로 ‘옥상옥’ 역할만 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전 안전성을 높이려면 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방식을 도모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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