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가전 관련 전 협력사에 일본산(産) 소재·부품 전 품목에 대해 90일치 이상의 재고를 비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확보와 향후 처리 관련 비용은 모두 삼성전자가 부담하는 조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계에선 삼성이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본격 가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가전 관련 전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일본에서 수입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전 자재를 90일 이상치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고 확보 시한을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15일 이전까지’로 정했다.

삼성전자는 구매팀장 명의로 발송한 공문에서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고 추가적으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수출 품목별 개별허가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재고 관련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협력사에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문에서 “필요한 발주물량, 추가비용은 구매 담당자와 사전 협의하고 선적 지연 등이 예상되면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재고 확보에 필요한 비용과 향후 해당 물량이 부진 재고로 남으면 삼성전자에서 모두 부담토록 하겠다”고 적었다.

경제계에선 삼성전자가 협력사에 재고 확보에 드는 비용과 남는 재고까지 모두 떠안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 파장이 상당해 비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박6일간의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지난 13일 반도체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