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호텔신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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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치킨과 맥주)'의 계절인 여름이지만 닭고기 가격이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하지 않아 육계 공급이 늘어난 결과다. 반면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용 생닭 가격은 이달 들어 상승세를 나타냈다.

9일 한국육계협회 시세 통계에 따르면 치킨용으로 많이 쓰는 9∼10호 닭고기(냉장·벌크·8일 기준) 1kg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5.7% 하락한 2538원으로 집계돼다. 3개월 전(4월8일)인 3308원과 비교하면 23.3%나 떨어진 수준이다.

닭고기 가격은 올해 초 4000원선을 웃돌았지만 점차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 5월 중순께 3000원선이 깨졌다. 이후에도 2500~3000원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다.

육계 생계(대 기준·운반비 포함) 가격도 지난 2월 2000원선이 깨진 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날 기준 1290원을 기록해 이달 들어서만 7.2%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달 생계 유통가격이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복과 중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계 물량이 많아져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초복은 7월 12일, 중복은 7월 22일이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통상 닭고기 가격은 봄철에 하락세를 나타낸 후 여름에는 강세를 나타낸다"면서도 "매년 겨울마다 발병하던 AI가 지난해는 잠잠해 공급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보다 유통업계 등 수요처의 행사 규모가 줄어 가격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재헌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닭고기 가격 약세에 대해 "중국 등 주변국에서 일어난 아프리카 돼지 열병 때문에 닭고기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농가들이 입식(사육 농가에 병아리를 들이는 것)을 늘리면서 육계 공급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상승과 배달료 부담 증가 등으로 치킨 수요가 감소한 점도 전체 육계 수요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7월 생계 유통가격을 지난해 7월(1467원)보다 낮은 kg당 1100~1300원으로 전망했다. 7월 전체 도계 마릿수는 사육 마릿수와 작업일수 증가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8.5% 많은 1억1642만마리로 예상했다.

반면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용 생닭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다. 삼계탕에 가장 많이 쓰이는 삼계 45~55호 가격은 2980원으로 이달 들어 15.5% 뛰었다. 이른 더위에도 불구하고 5월 초까지 2000원선 아래에서 맴돌았지만 초복을 앞두고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이는 올해 초 보다는 36.7% 높은 수준으로 성수기를 앞두고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복날 외식 인기메뉴인 삼계탕 가격은 최근 2~3년 고공행진해 1만원대 후반에 달하고 있다. 서울 종로의 유명식당인 '토속촌'은 최근 삼계탕 가격을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렸다. 이 밖의 서울 시내 맛집으로 꼽히는 삼계탕 가게의 삼계탕 가격은 1만원대 중후반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초복을 앞두고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에서는 앞다퉈 보양식 행사에 돌입했다. 최근 집에서 만들기 번거로운 삼계탕의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지난 5~6월 '올반 삼계탕'은 6만5000개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2만8000개)에 비해 판매량이 132% 증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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