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韓銀 총재 "FOMC 결과, 예상보다 완화적…0.5%P 인하 의견은 놀랍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20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해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한은 본관 출근길에서 FOMC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17명의 FOMC 위원 가운데 8명이 연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고 시장에서도 여기에 주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위원 가운데 7명이 금리를 50bp(1bp=0.01%) 인하해야 한다고 나온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도표)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비둘기파적이며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총재의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대외여건이 급작스럽게 많이 변하고 있다”며 “1분기 경제성장률(GDP) 잠정치는 속보치(-0.3%)를 밑도는 -0.4%로 나오는 등 여건이 예상했거나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립기념사 문구도 그런 상황을 반영하려고 의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당시 이 총재가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이날 다시 한번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대외 경제여건이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은 6월에 합의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까지 언급하는 등 타결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며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반도체 시장도 회복 시점이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회복 속도와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늘어나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르면 오는 8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을 묻는 말에 “파월 의장이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과 무역협상의 전개 향방 등을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FOMC 결과가 국내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어느 나라든 미국의 움직임을 늘 고려한다”면서도 “미 중앙은행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